To be Or Not to be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명대사죠.  제 문제는 햄릿 씨 처럼 죽느냐 사느냐 그정도 급은 아닙니다ㅎ

이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결국 익명으로 답답함을 풀어보려 합니다.

 

 

각설.

중학교 때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애가 있는데, 별루 친하게 지내진 않았습니다; 그저 이름을 아는 클래스메이트 정도의 인식;

그야 그럴게 그분은 성적 상위 클래스셨고, me는.... 중...음.... 암튼 접점이 없었죠;;

아무튼 같은 고등학교에 오게되었지만, 그분은 이과반으로 가셨기 때문에 고등학교3년 내내 접점 없이 지냈죠ㅎ

 

2009년 초여름.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 행사가 있었지만, 그것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코스프레부 아이들과 함께 놀았습니다.

코스프레 부는 학교 행사 때문에 다들 코스튬을 입은 채, 페이스 페인팅으로 수입을 모으고(?)있었죠. 아무튼 그들과 놀았습니다ㅎ

그리고 봤습니다...

비록 가발이었지만 등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머리를 하고 블랙 미니 드레스를 입으신 그분을.

다들 대담하다며 보통의 반응을 보여줬는데........ 나, 왜이래?!!!! 라고 할 정도로 그분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친구는 늑대 탈 쓰고 비눗방울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왜 그분만 시야에 들어오는지!

몰래몰래 눈길을 주며 정신없이 쳐다봤습니다. 아마 들키진 않았을 거에요;;;;;;;;

 

그날 이후,

가끔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금발머리의 블랙 미니 드레스를 착용하신 그분의 모습 때문에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참지 못하고 행사때의 촬영담당을 찾아가 코스프레부 사진좀 보내달라고 애걸복걸해서 그분이 찍힌 사진을 보기도 했습니다.

실제 학교에서 그분을 마주칠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그때 그 코스프레와, '그녀다!'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잠깐, 그거 이상해! 코스프레는 그렇다 치고 그녀다!는 뭘까요ㅠ 호칭부터 이상해졌습니다ㅠ

그렇게 따지면 그분도 그녀고, 저도 그녀인데... 왜 그녀다!일까요;

아무래도 한눈에 반했다-같더군요.... 본인을 비웃을 만큼 저는 유미주의(탐미주의 혹은 심미주의라고도 함)자 였나봅니다..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여러번 마주치고 인사도 했을텐데, 그녀의 코스프레를 보고 왜 반응을 한건지...

 

결국 친한 친구에게(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나보다 그녀와 더 친한 이과반 아이;;) A양이라고 속이고 상담을 했습니다.

웃더니, 얘기라도 하면서 친해져보라고 하더군요. 인간아, 너도 아는 사람이고, 니가 나보다 더 친분이 있단말이다...!!!

 

글구, 얘기라면 딱 한마디 나눠본적은 있습니다. 더운 여름, 수험생 기분을 만끽하기위해 머리를 짧게 잘랐죠. 그걸 보고 그녀가,

"어, XX야, 머리 잘랐네?"

"응. 내가 한 미모 하니까 뭐든 잘어울리지?(당황을 무마하기 위해 씨알도 먹히지 않을 오버연기)"

 "...."

 

친구는 말하더군요.

 

"일단 너 자신을 소개하는 건 어때? 안녕? 나는 3학년 X반 XX야...라고"

"나도 그..(하마터면 그녀라고 할 뻔;)걔를 알고 걔도 날 알아. 근데 자기소갤하라고?"

"음... 그건 그러네. 근데 너 어떻게 할 거야? 벌써 12월 중순이야. 곧 졸업한다고."

".to be or not to be.."

"고백할거야?"

"그런건 뻔하지. 당연히 안 해."

 

to be or not to be 말은 그렇지만 고백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내가 반했던 건, 코스프레를 한 그녀의 모습이지 그녀 본인이 아니니까.

아직도 보이는 주마등같은 환상에도 미소를 지을 만큼 진정이 되진 않았지만..

그녀는 나와 다른 인생을 걸을 것이다. 당연하다. 성적은 잔인할만큼 인간의 생을 결정시켜버리니까.

이후, 접점은 영원히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게 두렵진 않다.

나는 상당히 멍청하니까. 뭐든 망각하기 쉬운 두뇌니까.

그녀를 잊을 만큼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을 거라고 본다.

나를 비웃고 동인소설을 읽으면서 무덤덤한 시간이 흐르면.... 그녀의 사진을 지울것이다.

Til I get over you....

 

그래도 2월의 졸업식때 다시 한번 그녀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욕구는 1월 29일인 지금, 단 1%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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