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루디시아는 백합이라기엔 엔딩이랄까 프롤이랄까가 노멀이군요.
그래도 소설을 보면 백합향기가 무척이나 풀풀 풍겨오는 매우 흐뭇한 작품입니다.
아아, 루디시아, 이 무서운 마성의 여인. 인외족에게도 남녀노소에게도 모두 사랑받고있어.
조아라에 조금 관심이 있으셨던 분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대작이지요.
지금은 조아라에선 지워지고 상상마당이라는곳에서 재연재된 모양입니다.
대전은 싸늘한 공기로 가득찼다. 왕은 왕좌에 앉은채 지그시 미간을 누르고 있고, 신하들은 침중하고도 괴로운듯 고갤 들지 못해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선 여인은 오만한 얼굴로 앞에선 그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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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네가...이런 짓을 벌이고도 살아남길 바라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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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는 지극히 낮았으나, 분노는 높았다.
붉은 피를 연상케 하는 드레스자락을 펄럭이며 돌아선 그녀는, 싸늘하게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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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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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성이 터지는 가운데, 쉐엑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페르드휠 태자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검은 갑옷을 두른 여인이 무심히 그를 바라본다. 페르드휠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신음소리를 삼켰다.
왕비의 개라고 불려도 빙긋 웃고 말 철의 여인이다. 저항해봤자 얻어터지기만 할거다. 실제로 그녀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항의는 커녕 고갤 돌려 외면한다. 그들이라고 이런 상황을 용납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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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아깝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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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도, 목숨이 달리면 다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반항과 거부의 눈빛을 지우지 않고 앞을 노려봤다.
왕의 옆에 비스듬히 기댄채, 붉은 미소를 그리고 있는 여인. 그녀는 참으로 아름답다 할 수 있지만, 누가 알아챌까. 그녀의 손가락 하나가 움직임으로 한사람의 목숨과 인생이 끝장날 수 있다는걸.
오만한 여인의 눈빛 속에 일렁거리는 비웃음을 읽어낸 그는, 뚜둑뚜둑 손가락을 부러질듯이 움켜쥐었다. 그 순간 그는 다짐했다. 결코 저 여자에게 굴복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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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왕비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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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랄하게 내뱉는 그의 언동에는 비수처럼 날카로운 비난이 숨겨져 있었다. 그의 말에 왕비의 눈이 번득였다. 숨죽이며 둘의 대화에 귀기울이던 사람들은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서 고갤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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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놈. 아직도 네 죄를 모르는가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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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또각 걸어오는 그녀를 보며 그는 침을 삼켰다. 그러나 할말은 다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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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죄를 일컬으신다면 기꺼이 고해야지요. 제 죄는 \'\'사람들을 기만하고 역사를 더럽힐 추악하기 그지 없는 마귀보다도 더 사악한 책\'\'를 불질러버린 것입니다. 이로서 이 세상은 구원되었으니, 태어난 이래 이처럼 보람찬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 목숨, 그 대가로 지불되어야 한다면 기꺼이 그래야지요!"
"닥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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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을 움켜잡은 그녀는 잘잘 흔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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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서전이 뭐가 어떻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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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 놀라움이, 죽을려면 일만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여인이 자서전을 썼다는 사실에 있는지, 감히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불태워버린 그의 용기에 감탄해버린건지,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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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걸 죽지도 않고 발간하려는 자체가 문젠겁니다! <아름답고 현명하며 고금을 통털어서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없는 왕비 루디시아>라는 제목이 정상이란 말입니까! 제목부터가 금서로 지정되기위해 태어난 책이잖아요!"
"이 자식이, 넌 도대체 누구 배에서 나온 거야!"
"나도 당신 배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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캭캭캭 싸워대는 모자의 갈등을 두고, 신하들은 하나뿐인 태자에게 열렬히 응원을 보냈다. 정말로 그런 책을 쓰고 있었다니 무서운 일이다. 역사 왜곡은 물론 날조가 될뻔한 사건이다. 사전에 없애시다니, 과연 우리 왕국의 태자! 우리 왕국의 미래는 밝다!
그러나 만인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풍전등화같은 목숨부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질 못해, 태자는 짤짤 흔들리며 그나마 쓸만한(?) 응원군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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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녀 좀 말리세요, 아바마마. 자서전이라니 말이 됩니까!"
"마녀라니! 그게 엄마에게 할 소리야!"
"내가 당신 아들인게 모든 비극의 시발점이거든요?"
"힘들게 열달 모셔다가 사지 멀쩡하게 낳아주니까, 고작 하는 소리가 그거냐! 배은망덕한 놈!"
"그 후 방치플레이를 행한 그대 덕에, 전 혼자서 알아서 컸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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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모자간이 아니랄까봐 설전은 치열했고, 왕은 감히 끼여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미 포기한 부분도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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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쯤이야, 내도 괜찮지 않겠느냐. 의외로 글재주가 있으니 재밌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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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구석으로 도망쳐, 근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쩍 늙어버린 후작과, 차를 들면서 심드렁하게 대꾸하던 왕. 그런 여유도, 뒤이은 태자의 외침에 사레가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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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태웠을리가 없죠. 아바마마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거죠. 이 말 들으면 생각이 달라지실 걸요? 별책부록으로 아바마마와 저의 <누드 스케치>가 실리도록 되어있었단 말입니다!"
"쿨럭쿨럭쿨럭!!!"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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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두드리랴 어의를 부르랴 정신이 없는 그들을 두고, 시아는 슥 머릴 쓸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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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을 위해서 몇가지 부록 붙인다는데 뭐가 나빠. 네 몸이 닳기라도 해?"
"그럼 어마마마의 누드집이라도 내시죠!"
"네 아버지를 폐군으로 만들고 싶니?"
"...왜 가끔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그 머리로, 이런 참혹한 짓을 벌인 겁니까!"
"내 맘이야."
?
너무도 시아다운 대답에, 바락바락 대들던 태자는 물론, 사레로 고생하는 왕과 신하들의 절대적인 공감을 사고 말았다. 네...당신은 그런 사람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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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넌 죄를 지었어. 내 필생의 역작인 자서전을 불태운 죄, 극형에 처한다!!!"
"아니되옵니다아아아, 전하아아아아아!!!"
"...라고 시끄럽게 굴게 뻔하니, 추방하기로 하지. 어이, 치워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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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하게 돌아서는 시아를 두고, 태자는 멍해졌다. 치워버려? 추방? 추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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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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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기도 전에 양쪽에서 그의 두 팔을 턱하니 잡는 손길들이 있었다.
양쪽에서 잡는 여자들이 누군지 아는 그는 반항도 못하고 질질 끌려갔다. 그와 함께 보퉁이를 들고 있던 여자가 허리에 짐을 묶고는, 밖에서 말을 들고 대기하고 있던 여자에게 넘겨준다. 번쩍 들린 그는 말의 안장에 묶였다.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휙 퍼졌다.
말은 어안이 벙벙해진 그를 두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성문은 어느새 열렸는지, 정말로 거침없이 그는 황혼의 저편 속으로 사라져가야 했다. 기가 막힌 연계플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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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다섯명의 여자들 손으로 인해 페르드휠은 반항 한번 못해보고, 어이없이 가출하게 되었다. 그의 뒤로 지그시 나이먹은 신하들이 눈물을 뿌리며 배웅했다...고 하면, 두번 다시 왕궁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미처 몰랐기에 왕국이 그들의 후계자를 영원히 잃는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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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전하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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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들은 멀어져가는 태자를 향해 절규했다. 그러나 떠나간 태자를 잡을 길은 요원했다. 뒤이어 후작이 \'\'폐하!!!\'\'를 부르짖었다. 왕도 태자를 잃은(?) 충격에 사레가 낳자마자 기절하고 만 것이다. 등을 두드리던 보람도 없이, 신하들은 어의를 불러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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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정신을 차린채 사태를 바라보았던, 그러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반왕비파인 후작은 절망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왕비에게 저항할 수 있었던 반왕비파의 수장(태자다, 아들이 어머니를 몰아내자고 주장해도 먹혀드는 왕국이다. 즉, 콩가루집안인거다.)이 그대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허탈함에 망연자실해 하던 그는, 곧 분노에 차서 왕 대신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는 왕비를 바라보며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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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러실 수 있으십니까!"
"뭐가? 남자는 밖으로 돌려야 포용력이 생기는 법이야. 평생 성에서 살아야 할 운명에서 벗어나, 견문을 쌓게 해주었으니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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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도 태연하게 당연하다듯이 말할 수 있는 배짱과 억지성이란.
...참으로 가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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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전하는 겨우 8살이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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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의 비명같은 외침에, 쓰러진 왕을 제외한 모두가 \'\'아!\'\'하고 놀랬다. 그러고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그들이 보따리 하나 달랑 매달고 쫓아낸 태자는, 방년 8살의 앳되고 귀여운 소년이었다!!!
사실 루디시아는 굳이 백합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꼭 보시기를 추천하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조아라에서 [분량]으로 굉장히 유명한 미여정(미친 여신의 정원사들)....
약 3천kb에 가까운 양을 자랑하는 대작입니다.
대략 천재에 가까운 류빈상(꺄악!!! 류빈상!!!)과 연상이지만 휘둘리는 히사노쨩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랄까...틀려
두 사람이 이계로 날아가버렸는데, 그 세계의 배경이 참으로 바람직하다지요.
남자 vs 여자... 절대로 BL 아니면 GL밖에 수용이 안되는 곳인데, 남자는 등장 자체가 약 2%랄까...아하하.
작가분이 글을 굉장히 잘쓰십니다.
무척이나 현실적으로요.
....해당 세계관의 언어를 직접 만들어서 넣기까지 하셨으니 말 다한 셈이지요.
뭐어, 왠만한 분은 보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개장 이후 추천란에 안올라와있길래 슬며시 추천하고 갑니다.
미친 여신의 정원사들...읽다가.......한동안 안나와서 잊고 있었는데 말이죠...오...
으흠...제가 읽은 부분이 1부 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