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메모 | 2013 SUMMER ISSUE |
---|
퓨어백합엔솔로지 히라리에서 흔하지 않은 키스씬 등장.
목적어가 빠진 제목은 중의적이라 판단. 해석에 따라 새드와 해피로 갈리기에.
-
오늘은 휴일입니다.
츠네는 전신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옷매무새를 가다듬습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감탄(?)의 비명들이 들려오는군요.
「우와! 어이 모두들 와서 봐봐! 츠네가 스커트를 입었어!」
「남자가 뭔?!」
그렇습니다.
그건 여동생의 방에 막 침입한 세 오빠들이 내는 감탄사(?)였습니다.
「아나! 노크 좀 하고 들어오라고!」
악악대며 놀란 츠네가 소리를 질러봅니다.
남자라니-정말이지 오빠들은 여동생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요.
「스커트 입고 어디가는 거야!」
「스커트! 스커트!」
「시끄러! 쇼핑하러 가는 거야!」
졸졸졸 여동생인 츠네의 뒤를 따라다니며 구경하던 오빠들은
마침내 츠네가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막 나가려하자 극도의 참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동생 사랑은 오빠들의 몫이니까요. 암요.
「좋을까 싶지만 이거 오빠들이 주는거다...
데이...아니 같이 쇼핑하는 상대에게 주면 알아서 해줄거야....크흐흑흑....」
곱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여동생인 츠네의 손에 쥐어주는 오빠들입니다.
어쩐지 눈물을 훔치는 이유는 뭘까요.
츠네는 대충 가방에 쑤셔넣고는 집을 나섭니다.
오빠들 때문에 뭔가 시작도 하기 전에 기가 다 빠진 기분입니다.
[번화가]
「츠네~~기다렸지~~」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니 먼저 기다리고 있는 츠네가 보입니다.
나, 세토 아사키는 그런 츠네를 보고 놀랐습니다.
원피스에 짧은 카디건을 걸치고 벼머리로 살짝 멋을 낸 나와 달리,
츠네는 브이넥에 블랙재킷에 숄더백을 걸치고 나왔습니다. 게다가-
「스, 스커트! 츠네, 스커트 입었네?」
「...교복도 스커트인데요 뭘 새삼스레....」
나의 놀람에 쑥스러워진 걸까요?
츠네가 멋쩍어 하네요.
그래도 무지 귀엽습니다. 표정관리가 안 될 정도로.
「츠네, 다리 이쁘네~」
「저기,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오쿠야마 츠네는 나, 세토 아사키의 여학교 후배로서 엄청 귀여운 아이입니다.
거칠게 쳐낸 세미롱헤어와 큰 키에 학교에선 늘상 저지만 입고 댕기지만 말이죠.
턱에 반쯤 걸친 하얀 마스크도 츠네의 아이템입니다.
오늘도 역시 사람이 많은 번화가라 마스크를 착용하네요.
.
.
우리는 쇼핑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주말이네」
「붐빕니다요」
「배고프니까 먼저 뭔가 먹자」
「넹」
사람들로 혼잡한 곳에서 우리는 일단 먹고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주문하는 곳의 줄은 길기만 합니다.
「선배는 자리 맡고 계세요. 제가 사오겠습니다」
「에, 하지만」
「뭐 드시겠습니까?」
「줄 설래 나도-」
「......」
아...손가락으로 마스크를 반쯤 잡아 내린 채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츠네의 눈빛에 졌습니다.
「...그럼 로코모코덮밥 부탁해...」
「알겠심다!」
후다닥 뛰어가는 츠네를 보며 전 자리를 잡았습니다.
으으, 어째서 전 츠네의 그런 얼굴에 약한걸까요?
「저기, 여기 맞은편에 앉아도 될까요?」
「아, 네네」
모 커플들에게 맞은 편 자리를 내주고 15분 뒤-
전 깨달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기다리게 해서」
「아냐-아냐-고마워」
츠네가 가져온 음식을 받아들며 전 앗차 싶었습니다.
커플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바람에 츠네와 사이좋게 마주 앉아 먹을 수가 없기 때문...
이라는 것은-
「선배, 딸기주스 마실래요?」
제 옆에 앉아 쪽쪽 주스를 빨던 츠네가 저에게도 권하는군요.
전 내밀어지는 주스빨대에 모른 척 얌전히 입을 가져다댔습니다.
옆자리의 츠네가 저에게 딸기주스를 먹여주는 모습...
그래요 이거-
왠지 그거 맞죠?
그거그거! 마치 연인들끼리 꽁냥꽁냥하는 그거 같지 않나요?
「맛있엉♡」
저도 모르게 표정이 풀어지는 거 츠네는 모르겠죠?ㅎㅎ
.
.
츠네와 만나는 건, 학년이라든가 관계없이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츠네는 언제나 선머슴같이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세요, 육교계단을 서슴없이 걷는 걸.
하지만 때때로 굉장히 여자입니다.
속옷보인다고 제가 지적하자 무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니까요.
나보다 키도 큰 주제에 가끔하는
우와메즈카이(上目遣い : 눈썹을 살짝 팔자로 만들고 위로 쳐다보면서 새초롬이 유혹하는 눈빛)는
작은 동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츠네를 보고 있으면 굉장히 울고 싶은 괴로운 심정이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아, 이거 괜찮네」
「괜찮네요」
「예산내?」
「문제없습니다」
우리는 액세서리점에 왔습니다.
심플하고 작은 목걸이를 들여다보며 전 맘에 드는 걸 골랐습니다.
이건 츠네가 사주는 것입니다.
왜냐면-
「좋아 이거. 있잖아, 이거 사줄래?」
기쁜 마음으로 목걸이를 착용해봅니다.
졸업축하선물...
저, 봄부터 대학생입니다.
[공원벤치]
쇼핑을 끝내고 잠시 벤치에 앉아 전 휴대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문득 과거회상이랄까.
그리고 보이는 사진 한 장...
트로피와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
「후후, 이때 너 울상이어서 놀랐어」
「무려 1위라구요! 미스콘테스트 1위! 기쁘지 않을 리 없잖아요!」
「뭐, 3위이내정도 노리고 있었는데 1위일줄이야~」
「아니요, 그중에서 가장 제일이었어요. 선배가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뭐야~~~~」
츠네의 단호한 말에 왜 이리 부끄럽게 느껴지는걸까요?
그리고 실은 1위 투표의 일부는 츠네의 덕입니다.
외형도 성격도 여고생답지 않은 츠네와 친해지는 거 어려웠지만
나와 친해지면서 츠네는 조금 사귀는게 쉬워졌습니다
츠네는 일부 女팬이 있어서(체육복 차림에 툭하면 나무위에 올라가서 자는 게 취미인 츠네를 남몰래 동경하는 팬)
나도 그 팬층으로부터 응원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츠네에게는 조금이지만 이야기할 수 있는 반친구가 있습니다.
츠네의 좋은 점은 모두가 알겠지요.
「아, 맞다. 이거 오빠들이 선배에게 주라고....」
잠깐 생각에 잠겨 있는데 츠네가 가방을 뒤적이더니 뭔가를 저에게 줍니다.
츠네의 오빠들이 저에게 준거라니 도대체 뭘까요.
「와, 이거 열어봐도 좋은걸까?」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작은 상자의 포장을 벗겨냈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건-
CON...(자체 심의)
멀뚱멀뚱-
그리고 벼락맞은 듯 나가버린 정신줄....
화악-붉어지는 얼굴을 뒤로하고
전 그대로 그것을 쓰레기통으로 골인시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선배 방금 그거...」
「아하하...뭔가 틀린거같네...번지수 잘못 찾았달까...」
「?」
저의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며
츠네도 마침내 뭔가를 깨달았는지 당혹감으로 물들어갑니다.
「죄송합니다!!!」
차마 츠네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제가 몸을 돌리고 있자
츠네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저에게 사과합니다.
「미안해요! 바보같은 오빠들이 생각한답시고 준건데
그 인간들 제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테니까!!
선배 정말로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진듯이 미안해하는 츠네의 심정이 이해가 가서
전 괜찮다며 안아주었습니다...
나...
...였다면 사용해도...
-라는 것은 내 마음속 깊이...
[돌아가는 길]
대학은 추천으로 먼저 붙어서 비슷하게 한가한 아이들로부터
미팅을 많이 제안받았습니다.
하지만 츠네와 있는 쪽이 즐거웠기에 거절했고 결국 애인은 사귀지 못했습니다.
석양이 지는 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츠네의 친구들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츠네짱! 어라, 선배도 안녕하세요-」
「응, 안녕」
「츠네도 오늘 나왔네」
「응. 졸업축하선물 사러」
「데이트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거 아니거든!」
크르릉-
친구의 농담어린 말에 보이는 츠네의 강한 부정...
그리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어느새 자기네들만의 일에 대해서 대화를 합니다.
저는 모르는 그런 일이지요...
저는 점점 소외됩니다...
「아, 선배 기다리니까」
「엇, 미안 미안」
좀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자니 츠네가 헐레벌떡 다가옵니다.
「미안해요 선배」
「응? 괜찮아 별로. 그것보다 저쪽으로 합류하는 게 어때?」
「에? 어째서...」
「이미 선물도 사줬고 나머지야 뭐 할 거 없잖아.
츠네도 가끔 반친구들과 놀고 돌아가」
나...웃으면서 아무렇지 않은듯 말하고 있지만 표정 어색한 거 다 티 나겠지요...
진심 아니니까...
「역시 아까의 일로 화났군요」
「아니야, 그건 별로...」
나와 츠네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감정은 역시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죄송합니다. 선배가 피곤하다면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꾸벅 숙이며 더 이상 들춰내지 않고 끝내려는 츠네의 정색한 모습에...
「아- 아냐 아니라구...
나- 대학생 되버리는걸. 츠네는 아직 여고생이고-
외롭지만 츠네와는 이제 따로인걸. 통학로도 바뀌어버리고 나 역시 대학친구들도 생길테고.
그러니까 츠네는 나 이외의 친구들도 소중히 해」
등을 돌리고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말에 뭔가 무게감이 없다...
우스운 꼴 보인거 같아...
눈이 질끈 감겨진다.
「츠네도 내가 졸업하면......」
「선배, 그런 거 생각하셨습니까」
「그래그래」
이제 자포자기다...
「...그렇군요. 저 언제까지나 응석부리고 폐 끼쳤군요.
선배가 상대해주시고 이야기하는게 재미있어서 주제넘게 나대고...죄송했습니다...」
이건 뭐지..
이게 아닌데...
「잠깐, 어째서 그런 말 하는거야.
그래 그건 괜찮아. 너! 귀엽고- 재미있고-
날 이렇게 빠져들게 만들어놓고! 어째서 모르는거야!!」
「서, 선배...」
「난 널 정말로 좋아하고 있었다고!!!!」
커다랗게 울리는 내 속마음...
마침내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기세는 목에 차고 있던 그걸 풀게 만들었다.
어쩌면 헤어짐의 상징 같은 그 목걸이를...
「이런 거 받기 싫어!」
목걸이를 쥔 손을 그대로 츠네에게 내밀었다.
나 정말 최저다...
스스로 토라지고 삐치고 역으로 화내면서 분풀이하고...
하지만 넌 왜 그렇게 울먹이는건데...?
「치사해! 바보 말미잘! 귀여운 자식!」
씩씩대며 나도 모르게 투정부리게 만들지 마!
「흐엉~싫어~~~ 좀 더 여고생이고 싶어 나~~」
「안 돼요. 선배 아나운서되어 프로야구 집안 며느리되야하잖아요」
「그래도 역시 싫어~~~니가 좋단말이야~~너와 함께있고 싶단말이야~~」
「으......흐엥~」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우엥엥-서로 울어댔다....
.
.
진이 다 빠져버렸다...
「늦었네」
「...네」
「저녁도 먹을까」
「그래요」
「배고프지 않지만...돌아가고 싶지 않아...」
「...」
「내 애인이라면 돌아가고 싶지 않겠지」
「훗」
「뭔가 사귀고 있는거 같네. 아, 고교때 데이트하는거 네가 처음이야 나~헤헤~」
「데이트?! 데이트라고 생각해도 괜찮겠습니까?」
볼을 붉히며 물어보는 너를 본 순간-
졸업도, 부잣집에 시집가는 것도, 질투도, 망설임도 모두 저멀리 날아갔다...
뜨거워진 너의 볼에 손을 대며 그대로 입맞춤 해버리고 말았는걸...
가벼운-이 아닌 깊게-
내 마음 깊이 그대로-
서로 볼을 붉히며 쑥쓰러워하는 우리...
그래...
처음인걸...
나도, 너도.
「선배 좋아해요...」
츠네와 둘이서
행선지가 보이지 않는 전차에 탔습니다.
조금 무섭지만
반드시 즐거운 데이트가 될 것입니다...
끝.
그러니까 선배의 용기로 일단 행선지 모르는 전차에 탔군요.
막차에는 돌려드리겠다는건 후배인 츠네가 하는 말일테고...
막차에는 [그녀(선배)를] 돌려드리겠습니다.....새드?
막차에는 [사랑을 제가] 돌려드리겠습니다.....해피?
그래서 해피여 새드여?
제목이 써져있는 표지보면 해피같기도...
알쏠달쏭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