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아니메 Best 10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 역시 다르지 않더군요.
에반게리온을 처음 접할때의 전 상당히 어두웠습니다.(지금도 어느정도 그렇지만) 모든 것에 있어 부정적이었고 사회에 따른 모든 보이는 면과 그렇지 않은 숨기고 싶은 면까지 모두가 제 눈에 비춰 보였습니다. 그 상태의 저에게 에반게리온은 그저 한 소년의 일그러짐.... 이랄까...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세상에서 그저 조용히... 아니, 이건 조용히가 아니었죠. 그 누구하나 세상이 손을 놓지 않는데 무엇을 바랄것이 있다고 이렇게 발버둥인지.... 신지나 미사토의 경우는 더욱 그렇게 보였죠. 투정 아닌 투정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겐도우는 그저 세상에 물들어 있는 그 어느 누구의 어른들과 다를바 없는.... 아, 그건 리츠코도 마친가지려나요... 그저 하나의 실로 세상과 이어져 세상이 조종하는데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어린애들부터 그 누구하나 빠짐없이 실로 연결되어 조종당하듯이 살아가는 세상... 어찌보면 세상 역시 그렇게 움직이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에반게리온은 사회의 불신부터 시작하여 인간관계의 불신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아닌 모든 것들이 비춰보이지 않았죠... 그것은 신지나... 겐도우... 아스카도 그랬으니까요.... 어른들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상대방을 죽이죠. 그리고 그 상대방 역시 자신을 위해 다른 상대를 이용하죠. 이용당하고 이용하는 세상의 끝에 존재하는 건 그저 홀로 남겨진 제 자신이었습니다. 혼자죠. 사람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그런 헛소리를 하며 끝낸 것이 에반게리온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에반게리온 노래들 중 Komm,SusserTod('오라, 달콤한 죽음이여')를 아시나요? 제가 에반게리온을 좋아하면서 더욱 좋아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노래였습니다. 어째선지..... 그때 당시의 제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게 표현한 노래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네요. 지금도 에반게리온 하면 떠올리는 노래가 우선적으로 이 노래가 되고 있어요. 지금도 좋아하는 노래죠. 정말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전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모니터에 비춰지고 있는 영상은.... 화면은.... 웃을 만한 그런 소재도 아니었음에도 전 웃었답니다. 너무나 공허한 웃음이 한동안 계속 되어지니 웃고 있는 내 자신조차 웃겨서 더 이상 웃을 수 없었죠. 제게 에반게리온은 너무나 많은 문제랄까... 숙제랄까... 의문점들을 안겨주고 끝났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풀지 못하고 있죠. 아마 죽을때까지 못 풀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문제를 다른 이들에게 물어본다면.... 그저 웃음거리로 전락하거나 비웃음당할지도 모르겠네요. 한편으론 고작 애니 한편갔고 감정적이지 않냐, 혹은 미친 놈 소리를 듣겠죠...

제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에반게리온을 보면서 왜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는 건지....
처음 에반게리온을 보고 나서 전 에반게리온에 관련된 그 모든 파일들을 지웠습니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듣지고 보지도 느끼지도 않겠다고 다짐했죠. 꺼내는 것조차 두려운 제 한면의 모습을 대놓고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에반게리온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다시 이렇게 에반게리온을 보고 있는 제가 너무나 우스워서 참을 수가 없네요. (뭐, 사람들마다 다 틀리니까 그냥 그렇다고 넘어가 주시길....^^:;;;) 전 에반게리온을 보면서 제 잣대로 너무나 많이 어긋나게 생각하고 제 잣대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선을 그어보기도 했죠. 감독이 원하는 선이 직선이라면 제가 제 잣대로 생각한 선은 곡선이다... 라는 식으로 마음껏 상상력으로 부풀려 작품하나를 망가뜨려보기도 했죠. 부질 없는 짓이었습니다만... 그런 부질 없는 짓으로 인해 제 자신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그 시점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었죠. 다른 이들과 에반게리온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확연했죠. 저 사람이 생각하는 부분과 제가 생각하는 부분은 그 느낌자체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상대방의 얘기에 빠져 거기에 맞춰 얘기를 하니 그 관점에서도 재밌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죠,

저 감상평을 적어주신 분의 말대로 저 역시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에반게리온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젠 거기서 졸업해야하는데 말이죠...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를 에반게리온 극장판이.... 기다려지네요.
다음에 나올땐 꼭 극장에서 봐야겠습니다. 자막이 너무 이상하더라도.... 말이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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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있어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글을 쓸 때마다 느껴야 하는 고통은

자신의 글이 버려지는 것만큼 더 없이 아플 것이다.

난 그 고통을 껴안고 지금도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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