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에, 드디어 다 보았습니다.
39화라는 적지 않는 분량의 작품을 이번 일주일 내로 다 마치고 왔네요.
뭐랄까, 정말 대단하다라는 수식어외에 이 애니를 묘사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질 않네요.

우선 결말에 대해 말하자면 그야말로 충공깽이였습니다.
결국 세계를 혁명할 수 있는 자의 위치까지 올라간 우테나였으나
모든 건 세계의 왕자 디오스이자 세계의 끝이였던 흑막 아키오의 계획이였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발버둥쳐서 장미의 문까지 열었지만..
끝끝내 추락하는 안시의 손을 놓치고 그 뒤로 따라붙는 세계의 검에 의해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소멸하게 됩니다. orz
아키오의 손에서 안시를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해준다는 우테나의 소망은 결국 못이루어지나 싶지만,
시간은 흐르고 세계의 끝인 아키오가 다시 장미의 각인을 준비하고
안시에게 다시 도와줄꺼지라고 묻자
안시는 아키오를 떠나고 학원을 등지고 서게 됩니다.
결국 안시는 사라진 우테나를 찾아 여행을 한다는 걸로 애니는 끝을 맺게 됩니다.

왜 이 결말이 저에게 충공깽이였냐하면 우선 우테나가 끝끝내 왕자님이 되질 못하고 소멸하게 된 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안시는 끝까지 마음에 안들더라구요.
거의 후반부쯤에 우테나에게 사실 자기는 당신의 천진함을 이용했고 상냥함을 파고든 거라고 고백했지만..
우테나가 좋아한 아키오와는 사실 이런저런일도 했었구요.
겉으론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이지만 속으론 다 알고있고 사람을 이용할줄 아는 잔인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전 받았습니다.
나나미도 작중 언급했 듯이 아키오 & 안시 남매는 무섭네요.
이러한 사실을 모두 고백하고 자살을 시도한 안시는 손을 붙잡아준 우테나에게 구해지죠.
사실 안시도 아키오에게 이용당한 거뿐이라 불쌍하지만 그래도 우테나를 속인거는 용서가 안되네요.
힘든 일은 우테나가 다하고 심지어 안시를 위해서 몸까지 희생양이 되었는데 마지막에 잘된건 안시 하나 뿐이였네요.
저는 안시는 몰라도 우테나만큼은 해피엔드를 맞게되는걸 원했는데,
결말이 이렇게 되버려 마음이 참 아픕니다.
학원의 아이돌이였던 우테나가 그 이후 사라지자 사람들이 점점 우테나에 대해 잊게되는 사실이 슬프더군요.
학생회 녀석들도 각자의 고민들을 털어내고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던데,
우째 주인공인 우테나만... ㅠ_ㅜ
비록 왕자님이 되어 안시를 지켜낸다는 우테나의 소망은 실패했지만
아키오에게 잡혀살던 나약한 모습을 떨쳐내고 우테나에 의해
한층 자유로워진 안시는 결국 애니 제목 그대로 "소녀혁명"에 성공한거 같네요.
학원을 떠나면서 어디론가 사라진 우테나를 찾겠다고 다짐을 한 안시의 모습은 정말 무한한 감동과 여운을 주었습니다.
그에 맞춰 들리는 삽입곡 "Rose & release"도 최종화 엔딩곡으로 딱 들어맞았구요.

애니를 다본 후 여러 생각들이 나더라구요. 나름 정신 없는 개그와 동성애라던지 왕따문제라던지
지금까지도 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자극적인 소재로 겉을 치장해놓았지만,
가만 파고들어가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내용들이고
이것들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되짚어보게 만드는 심오한 애니였네요.
단순히 어떤 교훈만을 줄려는 애니가 아니라 때때론 개그도 있고 그러다 긴박해지고

템포 조절이 잘 되어있는 느낌이라 더 마음에 들었네요.
클라이맥스인 결말도 우테나가 잘되지 않아서 슬프지만 감동과 여운을 주어서 만족 하구요.. 엉엉

캐릭터들도 한명한명 참 개성이 있고 매력적이더군요.
너무 개성이 강해서 때때론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지만... (나나미라던지 나나미라던지 나나미라던지)
주인공 이외에 학생회 멤버이자 펜싱부 부장인 아리스가와 쥬리의 설정이 마음에 들었어요.
만능에 펜싱 실력은 최고, 예쁘기까지한 우아한 그녀지만
이면으론 같은 여자인 시오리를 짝사랑하고 있고 매서운 성격이라는 점.
이 외에도 쌍둥이 미키 & 코즈에나 우테나 단짝 친구 와카바도 재미에 한 몫하구요.

이렇게 재밌고 심오한 애니를 보게 되어 참 좋았네요. 소중한 경험이였습니다.
보통 애니 다 보고 난 후 시간이 흐르면 다른 애니를 본다던지 많이 잊게 되는데
우테나만큼은 도저히 못 잊을거 같아요.
그게 꼭 충격젹이였던 결말 때문이여서가 아니라 애니가 가슴 깊게 남아있을 명작이기에 그런거 같네요.
애니에서 소중한 추억이 영원한 것으로 표현되는데 저도 우테나만큼은 잊지 않을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