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만화책은 그닥 재미있게 읽지 않았습니다.

원작 자체가 빼어나다는 것은 알겠지만, 이상하게도 취향은 아니더군요.

해서 애니 방영분을 보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습니다.

 

새삼 다시금 느끼는데 원작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작과 애니는 다른 작품입니다.

애니를 봤다고 해서 원작을 볼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듯, 역시 따로 다 봐줘야 하는군요.

결론적으로 애니는 제 취향이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을 너무 잘 다루어내어 깜짝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러브레터 이후 오랜만에 이런 작품을 보는 군요.

 

후미가 일단 압권입니다.

한밤중 까닭없이 방배치를 바꾸거나, 아프다고 엄살부리거나, 추억의 장소에 되돌아가보거나.

10대의 소소한 감정이 대단할 것 없는 사연 속에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본인은 이런 10대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공감이 되더군요.

하나 하나의 행동이 모든 의미가 부여되는.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작품 속의 인용된 작품들도 재미를 주죠.

어린왕자와, 폭풍의 언덕이 스기모토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이런 연출도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시점은 철저히 후미를 쫓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스기모토의 심정은 이 연극 속 대사들이 대신합니다만

제멋대로인 스기모토가 어린왕자나 히스클리프 쪽에 서 있는 것도 재밌죠.

어린 왕자의 극 중 일부분. 장미와 왕자의 나레이션은 훗날의 복선도 되구요.

'나 도망치지 않았어야 했어.

당신을 사랑했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그녀의 상냥함이었는데.'

10화에서 드러나는 스기모토의 대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부분이죠.

 

둘의 안타까운 이별도 비극으로 끝나는 사랑도 멋졌구요.

확실히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움이란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에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스기모토는 내내 후미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후미는 차갑죠.

후미는 스기모토의 마지막 대사를 오해합니다.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겠습니다만 제 견해는 아무리봐도 상대를 안해주는 사람은 후미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듯 싶습니다.

그리고 스기모토는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사랑이 끝나버렸음을.

 

스기모토의 행동을 통해 진실로 사랑했던 것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데 정말 어른이 되어버리죠.

대사 중간에 친구가 농구에 집중한다며 하고 타박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마 그건 이전의 사랑을 잊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못하죠. 하지만 후미와 헤어진 다음에서야 농구에 집중하게 되죠.

후미는 강하게 떠나보내지만 지하철에서 다시금 스기모토를 찾습니다. 뒤돌아 서 있는.

 

폭풍의 언덕처럼 서로 사랑하지만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뭐, 빅토리아 시대의 비극과는 거리가 멀긴 합니다만, 이렇게 잔잔한 것도 참 좋네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이별, 더욱이 어리기 때문에 실수하게 되어버리는 이별.

굳이 첫사랑이 아니어도 이 나이에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름답게 추억되고.

 

저도 내내 가슴 두근두근하면서 봤습니다.

 

덧붙여서 2기가 제작될까요?  완결이 된 것 처럼도, 2기 나올 것 처럼도 끝내놔서 불안불안 하네요.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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