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메모 10화까지의 스포가 있습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파우스트 1부, 천상의 서곡에서.>

 

1. 파우스트와 그레트헨

카나메 마도카의 마녀화, 크림힐트 그레트헨(Kriemhild Gretchen)

"구제의 마녀. 성질은 자비. 이 별의 모든 생명을 강제적으로 끌어올려 그녀가 만든 새로운 천국(결계)으로 인도한다. 이 마녀를 쓰러뜨리고 싶다면 온 세상의 불행을 모두 없애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만일 온 세계에서 슬픔이 사라진다면 마녀는 여기가 천국이라고 착각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기까지...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어. 정말, 사랑스러웠어." 파우스트에서, 그레트헨>

그레트헨은 <파우스트> 1부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으나 악마와 계약한 파우스트 박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 불행을 맞이하게 되는 소녀입니다. 서로 사랑했지만, 악마와 계약을 맺은 파우스트와 청정무구한 영혼을 가진 소녀인 그레트헨은 근본적으로 함께할 수 없는 운명이었지요.

<악마는 파우스트에게 그레트헨과 만날 계기를 제공한 젊음을 얻게 해 주었다….>

그들의 애정이 정점을 찍은 순간, 악마의 계략에 의해 그들에게 불행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 불행이 자기 탓이란 것을 알고 있는 파우스트는 죄책감과 절망에 빠져 발푸르기스의 밤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레트헨은 메피스토텔레스의 교묘한 간계로 인해 미쳐버려 친족 살해를 저지르고 감옥에 갇혀버리게 되죠.

파우스트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발푸르기스의 밤이 재래했을때 카나메 마도카가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가는 것이 필연적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추후 언급할 제 가설이 맞다고 가정하면, 발푸르기스의 밤이 마도카에게 멸해지는 것도 숙명입니다.

 

호무라가 '이대로 마녀가 되어서 함께 세상을 부술까'라고 한 장면은 파우스트가 악마의 힘을 빌어 그레트헨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애원한 부분과 얼추 겹칩니다. 그러나 그레트헨은 그것을 거부하고 속죄와 파우스트의 구원만을 빌며 사망합니다.
여기서 (마녀가 되지 않고) 죽은 마도카의 존재가 호무라를 구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파우스트에서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에 대한 사랑과 속죄로 신에게 구원 받고, 그녀의 지극한 사랑으로 인해 추후 파우스트는 영혼을 구원받게 되었다고 나와있으니깐요.

 

<"그런데 신의 미움을 산 나는
바위를 부여안고
그것을 산산조각으로 부서버리고도 아직 모자라서 그애를,
그애의 평화를 매장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지옥같은 녀석아, 너는 이 희생을 꼭 필요로 했단 말이냐!
악마여, 제발 이 불안의 시간을 짧게 해다오!" 파우스트>

메피스토는 절망하는 파우스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이제 제법 악마다워졌습니다. 절망한 악마보다 얼뜨기 같은 것은 이세상에서 없답니다."
자신이 대적하던 악마와 가장 닮은 사람이 되어버렸다니 아이러니 할 따름이지요. 호무라도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큐베와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파우스트>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의 운명이 내 위에 무너져, 그애도 나와 함께 멸망하게 해다오."라고 언급하기도 했지요. 호무라가 마녀가 된다면 저렇게 나갈지도 모르겠네요. 메피스토의 "밝은 낮에 인식한다는 것은 허풍일 뿐이요, 신비로운 진리는 어둠 속에만 깃들여 있소."를 보니, 마녀가 되면 자신에게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극단화 되어버리는 것으로 보여지는군요. 그리고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얻을 수 없다)는 것도….

 

가장 행복한 시기에 영혼을 넘기는 것이 메피스토와 파우스트의 계약 조건입니다.
그처럼 큐베는 희망에서 절망으로 이행하는 그 순간을 원하고 그동안 마법소녀들은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파멸되었습니다. 쿄코 조차 사야카와의 만남으로 인해 희망과 인간적인 감정을 다시 떠올림으로서 가장 빛나던 때에 가버렸죠. 심지어 루프 전의 마도카 조차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만족감과 함께 소중한 친구인 호무라를 구해 낸 것이 자신의 자랑거리라며 그 기쁨을 되새기고 자폭했잖습니까….

<"「시간아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내가 이 지상에서 살아온 흔적은
영원히 소멸치 않을 것이다.
이렇게 더 없는 행복을 예감하며
지금 나는 최고의 순간을 맛본다." 파우스트>

2부의 끝에서 파우스트에게 수명의 끝이 임박해오니 메피스토는 파우스트의 무덤을 파는 것을 그의 숙원이 성취되는 소리라고 착각하게 합니다. 그러자 파우스트는 자신의 숙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게 되어 드디어 환희에 벅차오릅니다. 그렇게 계약이 완료되자 메피스토는 "시계는 멈추었도다"고 하며 파우스트의 영혼을 사로 잡습니다. 그렇게 그가 최후를 맞이했을 때 파도가 땅을 뒤덮어 버렸다고 합니다.

아케미 호무라가 파멸하는 순간은 그녀의 행복이 극에 달했을때라고 추측 되네요. 하지만 그 행복이 과연 진실인 것일까요?

 

이것이 발푸르기스의 밤을 멸하고 난 뒤의 세계입니다.
이게 왠걸, 파우스트에서의 묘사와 일치하네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11,12화가 방영 중지를 먹은 것도 당연한것일려나요.

2. 파우스트

<슬프다! 슬프다!
그대는 억센 주먹으로
이 아름다운 세계를
파괴했구나.
세계가 무너진다, 세계가 붕괴된다!
반신(半神)이 세계를 때려부쉈다!>

 

<우리는 부서진 조각들을
허무 속으로 나르며
사라진 아름다움을
못내 한탄하노라.
지상의 아들 중
강력한 그대여
세상을 더 아름답게
다시 세워라.
그대의 가슴 속에 일으켜 세워라!
밝은 마음으로
새로운 삶의 행로를
시작하여라.
그러면 새로운 노래
울려 퍼지리라!>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을 의미하던 이야기는 어쩌면 세번째 세계때 종막을 맞이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파우스트(호무라)의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그레트헨(마도카)의 삶은 새로 시작되었죠.

 

 

3. 복수의 여성 크림힐트
그리고 크림힐트는 독일의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의 주인공 지그프리트의 아내입니다. 다정하고 얌전한 여성이었지만, 남편인 지그프리트가 살해 당하자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게 되지요. 그녀는 훈족의 왕 아틸라와 재혼하고 오랜 세월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갈아 남편을 죽게 한 계기를 제공한 오라버니 군터를 포함해 그와 함께 온 모든 자를 남편의 검으로 살해하고 결국 자기 자신도 죽게 되는 여성입니다. 사랑을 위해 무자비한 복수(친족 살해에다, 자신의 세계를 부순)를 저질렸죠. 어째서 이런 여자가 마도카의 마녀 이름에 당당히 박혀 있는 것인걸까요…. 그래도 주위 사람을 파멸시킨다는 것은 크림힐트나 마도카나 같군요.

 

 

<자신을 멸한 것에게, 사랑으로 인한 "증오와 복수"를 토해낸 크림힐트와 "용서와 속죄"를 품은 그레트헨>

'만약에 지그프리트 역을 맡은 것이 발푸르기스의 밤=아케미 호무라라면'도 생각해봤지만, 어제 마녀의 성질이 복수가 아닌 자비라고 공식적으로 떠서 저의 이 설은 잉여가 되어버렸습니다. 주위를 몰살시켜버리는 크림힐트의 경우를 보니 어쩌면 마녀가 된 마도카가 전 인류를 빨아들어서 모두가 그 세계에 잠드는 결말도 제법 가능성이….


4. 발푸르기스의 밤=아케미 호무라?

<"기적은 그냥 얻는 것이 아니야. 희망을 빌면 그것에 상응하는 절망이 생기는 법. 그렇게 차감을 제로로 만들어서 세상의 밸런스는 성립 돼." 사쿠라 쿄코>

마미는 살고싶다는 소원을 빌어 살 기회를 얻었지만, 행복하지 않았지요. 그러나 진심으로 행복을 느낀 때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사야카는 쿄스케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자신은 절망해버렸고, 쿄코는 아버지에게 원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힘을 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원하는 사람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카나메와의 만남을 다시 갖고싶어. 카나메에게 보호받는 내가 아니라 그녀를 지키는 내가 되고 싶어." 아케미 호무라>

호무라가 빈 소원은 '마도카까지 끌여들인' 소원입니다. 그녀가 중심이 되어있으므로 그것을 계기로 과거로 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기에 호무라가 시간을 돌릴때마다 마도카도 함께 가는 것이 아닐까요. 이 경우에는 제대로 된 ±0의 법칙이 적용될 수 없으므로 마도카에게 호무라와의 만남이 되돌려지지 않는다가 적용 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만…. 그리하여, 이번의 경우 여타 마법소녀처럼 호무라의 경우에는 자신의 기억을 제외한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나, '그 소원의 대상'인 마도카는 호무라와 만난 시간들이 축적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희망과 절망의 밸런스를 맞출 수 없지요. 희망을 품고 빌었던 소원은 저주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마도카를 지키고자 하는 그녀에게 최대의 절망을 안겨 줄 수 있는 것에 무엇이 있을까요?

 

<아케미 호무라는 마도카를 지키는 마법소녀며, 발푸르기스의 밤에게는 마도카를 파멸 시키는(혹은 파멸 당하는) 마녀다.>

호무라는 타오르는 불길(炎; ほむら)을 뜻하며 마녀들의 축제 <발푸르기스의 밤>에서는 모닥 불을 지피는 것은 필수 행사죠. 그리고 아케미는 아름다운 새벽(暁美)을 뜻합니다. 새벽은 밤이 끝날때에 혹은 밤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찾아옵니다. 여기서도 발푸르기스의 밤은 '아케미 호무라'가 아닌가 하는 설이 제기 됩니다. 호무라와 뼛속까지 상반된 존재성만 해도 그렇고요. 안그래도 기어의 마녀란것과, 이동 경로가 일정치 않다는 것, <파우스트>의 죽음과 비교한 것만 봐도 상당히 의심스럽긴 했습니다만…. 처음으로 시간을 달린 것은 밤이 먼저였을까요, 새벽이 먼저였을까요.

이것을 치명적 모순(타임 패러독스)라고 지적하면, 이런 설도 가능합니다.

작중에서도 나왔지만 큐베가 원하는 것은 희망과 절망의 상전이입니다. 인간의 감정 자체를 탐내는거죠. 그리고 발푸르기스의 밤이 그리프 시드를 떨구지 않은 이유는 그 영혼의 원천인 감정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가 아닐까요. 그동안 마녀들의 결계는 마녀의 감정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발푸르기스의 밤에는 그런 것이 없었죠. 단지 마도카 앞에서 파괴만을 벌였을 뿐입니다.

호무라가 과거로 돌아갈때, 몸이 가는게 아니라 기억만이 되돌아가는 것이잖습니까. 그런데 현세에 남은 그 껍데기는 어떻게 될까요? 그 세계관이 영혼과 기억을 분리 할 수 있는 세계관이라면?

(쓸데없이 덧붙이는 거니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셔도 됩니다.)
시간에 대한 치명적인 모순(타임 패러독스)은 시간을 다루는 작품들이 으레 겪는 문제점이죠. 타임
패러독스는 예를 들자면 이런겁니다. 나는 과거로 갔다, 하지만 그때 내가 과거의 나 자신을 죽여버
리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는가?
과거의 내가 죽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나를 죽
인 것은
지금의 나다.
그 모순을 풀기 위해 "패러렐 월드"라는 설이 나타났습니다. 그 설을 접목시킨다면 과거의 나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차원 B)에서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죽인 세계(차원 C)가 갈라져 나옵니다. 처음
부터 과거로 가지 않은 내가 있는 세계(차원 A)도 존재하죠.

호무라가 계약해서 처음으로 시간을 달렸을때(다른 차원으로 갔을때), 발푸르기스의 밤이 태어나서 과거를 떠돌아다니다 마도카와 계약하기 전의 호무라 앞에서 나타난 것이고, 그 이후에도 나타난 발푸르기스의 밤은 호무라가 과거로 갈때마다 태어나는 존재였다면?

그러니까, 발푸르기스의 밤은 (같은 차원에서) 미래의 호무라며, 그녀가 파멸할때까지 계속 태어나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치면 맞다면 마마마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물건이네요.
아니면 발푸르기스의 밤이 '실패한 호무라'라거나 '다른 차원의 호무라'같은 가능성도 있으리라 봅니다. 어서 11, 12화가 방영되야 의문이 풀릴터인데…. 무기한 휴방이라니 정말 뼈아프네요.
아 참, 물론 호무라와 발푸르기스의 밤과의 연관성이 없을 가능성도 크죠.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발푸르기스의 밤=아케미 호무라'설을 지지하는 바입니다.

그나저나 호무라는 발푸르기스의 밤을 쓰러뜨리고 나면 바로 마을을 떠나겠다고 언급한 적 있잖습니까. 그런데 그 마녀를 무사히 쓰러뜨린다고 하더라도 큐베나 마녀들이 마도카를 더 이상 노리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호무라가 그것도 생각하지 않았을것 같은데…. 그녀는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것일까요. 그냥 쿄코를 낚기 위해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발푸르기스의 밤에 어떠한 비밀이? 호무라는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는건가?

 

이 부분은 1화에서 꿈속의 마도카가 계약을 맺은 순간에 나타난 장면입니다. 뒤를 돌아 보는데, 제 기분 탓인건인지 놀라워하는 기색이더군요. 저 마도카가 바라보고 있는 대상은 과연 누구일련지…. 전 과거의 마도카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제나 눈 앞에 슬픔에 맞서기 위해서 주문이 필요해
그대는 아직 꿈꾸는 기억 나는 잠들지 못하는 내일

두 사람이 만난 기적을 쟁취하기 위해 나아가자
떨고 있는 이 손에는 꺾인 꽃의 칼날
마음만이 있는 모든 마음에 내세우는 소원" 엔딩 Magia>

저는 "그대는 아직 꿈꾸는 기억"의 너는 마도카, "나는 잠들지 못하는 내일"은 호무라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역일수도 있고. 만남 자체가 기적이라고 묘사되어 있으니 저 마도카는 과거 세계의 마도카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도대체 누구 시점에서 진행되는걸까요…. 오프닝이 "호무라" 시점이었으니 엔딩은 "마도카"의 이야기 일 것 같기도 했는데 막상 가사를 읽어보니 꼭 그런것도 아닌 것 같단 말이죠.

 

제 기분탓인건지 마도카를 품고 있는 저 얼굴이 비탄에 빠진 여성으로 보입니다(눈물을 흘리는 것 처럼 되어있더군요). 호무라일 것 같은데…. 혹시 마녀가 된 호무라?

5. 결말?

<"사랑하는 사람을 품에 안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축복 중 하나지."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

검은 고양이는 마법과 악마를 상징하며 마녀의 사역마라고 간주되어왔습니다. 사역마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세계관에 따르면 곧 마녀가 되는 존재죠. 저는 저 예비마녀가 상징적인 의미로 호무라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우스트의 최후와도 결합해보면 아케미 호무라는 이번 세계의 마도카를 구해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그러지 못했고 자신의 파멸은 끝내 피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파멸해가는 그녀를 구해낸 것은 과거에 구원 받았던 마도카였다… 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법합니다. 이 가설이 맞다고 가정하면 제가 위에서 언급한 '마도카의 시간은 축적된다'와도 맞아떨어지죠.

문제는 각본가가 각본가다보니 '마녀의 결계 속에서' 지내는 결말이 튀어나올수도 있겠네요. 긴장 타자고요, 그 우로부치 겐이잖아요?
그나저나 분위기를 보니 처참한 상황 속에서 "둘이서 행복하게"로 끝날 것 같단 말이죠…. 가령 함께 영원히 잠들어버린다거나, 마녀의 결계속에서 행복하게~ 라던지. 저는 왜 이런 결말만 생각나는걸까요(…)

사족이지만, 만약 이것이 맞다면 현재 시점의 마도카는 페이크 히로인이 되어버리고 과거 시점의 마도카는 진히로인으로 등극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히로인 자리를 빼앗기는 경우는 뭐로 봐야 할까요? 자기 싸움?

 

 

 

 

6. 인어공주와 어부

여담이지만, 사야카 마녀 버전인 옥타비아 폰 제켄도르프는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긴' 역사속의 옥타비아와 독일의 작곡가 칼 지그문트 프라이헤어 폰 제켄도르프가 결합된 이름입니다. <파우스트>를 만들어낸 괴테의 이 시를 제켄도르프도 작곡한 적 있지요.

어부(Der Fischer)

물이 솨아거렸다, 물이 솟아올랐다
어부 하나 물가에 앉아있었다
낚시 끝 고요히 바라보았다
마음 속까지 서늘하구나
그가 앉았을 때, 그가 귀기울일 때
물결은 치솟아 갈라지고
설레이는 물 속으로부터 솨아거리더니
물에 젖은 여인 하나 솟아나온다

여인 그에게 노래했다 여인 그에게 말 건넸다
당신은 왜 우리 아이들을 유혹하나요?
인간의 꾀로, 인간의 술수로
여기 위로, 죽음이 이글대는 곳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아래에서 얼마나 행복한지
아, 당신이 좀 알기나 한다면,
당신도 지금 그대로 내려올지 몰라요,
그러면 그제야 당신도 건강해질 거에요

해님도 원기를 되찾지 않던가요?
달님도 바다에서 그렇잖아요.
물결을 숨쉬며 얼굴을 돌리는 해님은
물에 비쳐 곱절은 더 아름답지 않던가요?
깊은 하늘도 당신을 유혹하지 않나요?
그 촉촉하게 변한 푸르름도요?
여기 당신의 얼굴마저도 당신을
영원한 이슬 속으로 끌어들이지 않나요?

물이 솨아거렸다, 물이 솟아올랐다
그의 맨발에 적셔들었다
그의 마음은 그렇게 부풀어올랐다
사랑하는 이에게 인사를 건네듯
여인 그에게 말 건넸다, 여인 그에게 노래했다
그 때 그에게 일어난 일
반은 여인이 끌어당겨, 반은 그 스스로 잠겨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번역: 나성인님)

 

7. 사랑의 형태

소녀들간의 매우 친밀한 사이에 피어오르는 우정은 "성욕 없는 사랑(유사 연애)"이라고 표현됩니다. 실제로도, 친밀한 관계일시 좋아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을 그 친구에게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절친이 다른 아이와 잘 놀고 있는걸 보니 속이 안좋고 상대방에게 질투심이 드는 경우도 이것에 속하죠. 그것이 계속 플라토닉한 사랑으로 남겨질 것인가, 아니면 에로스적 사랑으로 승화 될 지는 본인들의 문제고요. 첨언하자면 얄팍한 관계에도 우정이라고 잣대를 들이대기에 지금 와서 의미가 미묘해졌을 뿐이지 따지고 보면 진실한 우정도 사랑의 일종이긴 합니다.

 

고독했던 사람에게 간절히 원해왔던 것이 다가온다면 그 사람은 그것을 절대로 놓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고독을 없애 준 만큼 그 대상이 자신의 생명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리거든요. 마음을 터놓을 상대조차 없었던 호무라에겐 고독했던 자신을 구해준 마도카야말로 동경의 대상이자 하나뿐인 희망이었을테죠.

<"너를…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영원의 미로속에 빠져도 상관 없어." 아케미 호무라>

유일하게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사람은 어떠한 희생도 마다 하지 않습니다. 마다하는 경우에는 사랑하는 것이 한가지가 아니라는 증거가 되죠. 가지고 있는 것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자기 희생을 원치 않게 됩니다. 
그리고 유일히 마도카만을 구하고자 하는 호무라에겐 그것은 단순한 우정을 뛰어넘은 초월적 감정이 되어 현재의 그녀를 지탱해주는 것이죠. 호무라가 마도카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진실한 연정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초월적인 우정으로 볼 것이냐.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입니다.
뱀발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전자입니다. 우로부치 씨의 작품을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분은 사랑을 위해서라면 윤리관은 팔아치우는 것을 쓰시는 분인지라…. 그러더라도 저는 그분을 정말 좋아합니다. 승리의 우로부치!

 

 

8. 그외

마도카는 마법소녀였을때만 해도 무기가 어디의 나뭇가지를 꺾어서 만든 듯한 모습이라 나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이게 왠걸, 니코동에서 방영된 수정본 10화를 보니 마녀(마도카)에 의해 폐허가 된 세계속에서 우뚝 서 있는 나무가 있더군요.

 

그것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자 인류의 잉태를 나타내는 세피로트의 나무를 모티브로 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엔딩곡인 Magia에서도 "생명을 만드는 것은 소원"이라는 대목도 있었으며 위에도 언급한 2화의 파우스트 구절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 라는 표현도 있었죠. '세계를 부수는 것'이 호무라라면, 세계를 새로 잉태하는 것이 마도카 일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설마 정말로 마녀의 결계 속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나?
그러고 보니 호무라 초기 설정때 공개 무기가 검은 활이더군요. 코믹스판 3권 표지에도 검은 활을 들고 있던데…. 도대체 무슨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일까요. 

 

마법소녀들은 육체적인 성장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한 멈출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미의 경우 자신이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여긴 것도 모자라, 살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기에 그에 따른 부가 능력-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육체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마법소녀가 성장하면 여자가 아니라 마녀가 되므로, 영혼이 소울젬으로 바뀐 시점부터 육체의 성장엔 의미가 없어지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법소녀에게는 영혼의 성장(타락)만이 존재할듯 싶으니. 게다가 우로부치 겐 씨는 가녀린 체형을 가지고 있는 히로인을 성장 시키지 않는걸로도 유명하시지요. 성장이 멈췄다거나, 애초부터 인간이 아니라거나,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아니게 됬다거나, 인간임을 포기했다거나.
여담이지만 극한에 몰려 있을때의 처절함이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과 외면적으로 가녀리지만 강하고, 그러면서도 위태로운 여자 주인공이 이상형이라고 언급하신 적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본격적으로 호무라가 히로인이네요.

 

그나저나 호무라를 보다보니 우로부치 겐의 첫 작품인 <팬텀>의 히로인 아인이 생각나더라고요. 왜 그럴까…. 하긴, 호무라의 선배격에 해당되는 여자긴 합니다.

P.S ....크.. 크기가 크네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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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월 2011.03.27 00:35:45

뭐,뭔가 대단합니다 요즘 엄청난 인기인 마마마, 이걸보니 점점 더 보고싶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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뮨뮴 2011.03.27 02:51:43

정말 밀도높은 리뷰군요.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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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세 2011.03.27 07:04:50

와.. 너무 자세하게 분석하셔서 저도 모르게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글을 읽어보니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호무라와 마도카

둘 다 행복하게 되는 결말을 맞이하는 건.... 무리수 이려나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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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라인 2011.03.27 12:56:11

감상방에서 이렇게 몰입하게 될줄이야... 보고 싶은거 겨우겨우 참고있는데 질러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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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린왕자 2011.03.27 13:26:15

너무 자세히 나와있어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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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구스 2011.03.27 14:24:46

이것이야 말로 농밀한 분석!! 덕분에 책장에있는 파우스트를 다시 뒤적거리고있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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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듀 2011.03.27 14:27:23

얼른휴방이풀려야지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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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here 2011.03.27 15:39:12

너무나 고퀄인 리뷰를 보고 할말을 잃고 빠져들어서 끝까지 다!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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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크레키스 2011.03.27 16:43:07

마마마가 파우스트에서 모티브를 얻은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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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2011.03.27 17:52:41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아케미 호무라 = 발푸르기스의 밤' 설은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 설에는 두 가지 논리적인 모순이 존재합니다.

 

첫째로, 가장 '첫 번째' 대의 발푸르기스 밤은 나타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만약 발푸르기스의 밤이 호무라이고 아케미 호무라가 발푸르기스의 밤의 예정자라면. 맨 처음 마법소녀가 되기 이전인 호무라와 발푸르기스의 밤이 만날  수가 없다는 것이죠. 말씀하신 '패러랠 월드'  설이라면 그 가능성이 존재키는 합니다만, 그렇다면 또 가장 처음의 '발푸르기스의 밤'이 탄생한 패러랠 월드까지 타고 올라가서 여기서 또 호무라의 근원을 파헤쳐야 하니 복잡하기 그지 없다고 생각될 따름이네요.

 

둘째는, 6화 7분쯤 무렵에 쿄코와 호무라가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호무라는 발푸르기스의 밤이 곧 나타날 것을 예견합니다. 그 후 쿄코와 발푸르기스의 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쿄코는 '발푸르기스의 밤을 알고 있습니다.' 쿄코와 호무라가 나누는 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2주 후, 이 마을에 발푸르기스의 밤이 와

어째서 알고 있지?

그건 비밀. 좌우지간 그 녀석만 쓰러뜨리면 난 이 마을을 떠날 거야. 그 뒤엔 네 마음대로 하면 돼

발푸르기스의 밤이라. 확실히 혼자라면 힘들겠지만 둘이라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

 

대충 듣고 의역하고 안되는 부분은 자막을 보고 쓴 거라 확실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아무튼 간에. 둘은 이렇게 대화합니다. 쿄코는 이미 '발푸르기스의 밤'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습니다. 이는 이 세계 자체의 어떠한 때에, 발푸르기스의 밤이 '최소 1회 이상 이미 등장했다'라는 뜻입니다. 아케미 호무라가 둘일 수는 없고, 평행세계가 무한하므로 이 세계들의 호무라가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변해 계속 나타났다손 치더라도. '2xn 개의 발푸르기스의 밤/ n 개의 평행세계'라는 공식이 성립되는데. 분자가 분모보다 두배나 큰 상황이니 1이라는 경우의 수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발푸르기스의 밤의 등장은 언젠가 한계에 달할 수 밖에 없지요.

 

이걸 정리해보면, '발푸르기스의 밤은 아케미 호무라이다. 발푸르기스의 밤은 최소 이 세계의 한 번 이상 등장한 적이 있으며. 퇴치되었거나 사라졌다. 그리고 또 발푸르기스의 밤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발푸르기스의 밤이 두 개라는 것인데. 아케미 호무라가 발푸르기스의 밤이라는 설에 의하면, 아케미 호무라는 두 명이 된다.'

 

이 세계의 원래 호무라와 타임리프 해온 호무라가 버리고 간 '잔해'를 취급해 두명 분의 발푸르기스의 밤을 뽑아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웬지 이건 좀 억지 같고. 그렇다면 '전대의 발푸르기스의 밤이 퇴치되지 않고 그대로 생존해 있다가 다시 이 곳에 나타났다'라는 설이나 '사실 발푸르기스의 밤은 모든 시간축에 존재하며 죽여도 언젠가 다른 시간대에 다시 부활한다'라는 설도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기는 싫거든요. 우로부치 씨도 설마 이렇게까지 하실 거라 예상되지는 않고. 뭣보다 이런 식이라면 시청자한테 이해시키는 것도 벅찰 겁니다.

 

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호무라가 발푸르기스의 밤이란 얘기를 전 별로 지지하지 않습니다. 아이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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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리 2011.03.27 20:34:37

ㅇ!ㅇ! 저도 호무라=발푸르기스설은 그닦.. 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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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백합향기 2011.03.28 00:20:47

논문급 감상문이군요!

파우스트와 비교해서 감상문을 읽어보니 뭔가 퍼즐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게....

파우스트를 한번 읽어봐야 할것 같습니다.

그런데 호무라=발푸르기스 끌리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아니었음 하는 바램이 듭니다.

자세한 감상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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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밧드 2011.03.29 14:45:57

아, 막 방금 마마마를 보고 와서 정리가 안 되었었는데, 감상문 읽고 어느정도 명확해 졌습니다. ~ 모티브를 파우스트에서 따온 거군요. 가끔 적혀진 글자도 독어였군요. 영어라면 좀 읽겠구만...아무튼 마마마를 통해 비극의 카타르시스를 아주 맛보고 있습니다. 왜 인기가 많은지 이해가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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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던져졌다 2011.03.29 15:24:42

나쁘지 않네요.  파우스트는 절망에 방황하는 한 자의 이야기, 그리고 마마마는 한 마법소녀의 절망을 끝내기 위해서 방황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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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kqml 2011.03.29 21:53:27

남은 2화가 공개되야 이 답답함이 해결될텐데 말이죠

빨라야 4월 중순쯤이라고들 예상하고 있지만 매주 금요일 새벽마다 혹시! 하면서 잠을 못잔다니까요

마도카 마녀카드식 결말은 안나겠죠 그럼 미리 공개했을리 없을테니

우로부치는 호무라만 살려주면 됩니다. 그게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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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dy 2011.03.30 19:04:21

파우스트를 다시 읽어봐야 하는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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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브리안 2011.03.30 21:09:59

마마마 괜히 봤어요. 조금만 참았더라면..으~~  그 다음이 궁금한데 휴방이라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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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Ritz 2011.04.03 20:07:47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해피엔딩은 가능한 것일까요 ㅠㅠ 으헝...행복해져야해...사야카, 마미의 목까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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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2011.04.05 18:41:55

오싹할 정도로 중의적이군욬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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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ㅇ 2011.04.04 20:37:25

멋진 감상 잘 봤습니다.

엔딩의 저 가면(?)이 호무라일 것이라는 데에는 저도 동감합니다.

머리모양은 그렇다 치고...10화에서 호무라가 루프하면서 눈을 떴을 때 비슷한 연출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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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쯔 2011.08.09 20:58:39

멋지네요

이미 완결난 시점에서 덧글을 달지만 좋은 글인거 같습니다

profile
rleck_ce 2011.08.17 20:49:33

완결까지 본뒤에 보아도 좋은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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