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소녀가 있습니다.
너무도 평범한 소년과 소녀가 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면, 숨을 헐떡이면서도 애써 웃는 모습에, 바람에 실려오는 상대의 숨결에, 옷깃이 스치면서 느껴지는 온기에 두근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가장 선명하게 세상을 느낄 나이의 소년과 소녀가 있습니다.
소년은 침착하고 무뚝뚝하지만 역시 그 나이 적의 어설픔과 서투름에 억지로 허세를 부립니다.
소녀는 착하고 상냥하지만 역시 아직 상대를 포용하는 법을 모르고 한껏 애쓸뿐입니다.
소년과 소녀는 서로에게 끌리지만 상대에게 다가가는 법을 모릅니다.
상대와 마주 볼 줄 모르고 상대를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서로에게 끌려 어쩔줄 모를 뿐입니다.
예. 보이 미트 걸입니다.
그야말로 가장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보이미트걸의 소년과 소년이지요.
저는 최종병기 그녀 일권을 읽었을적 중학생이었습니다만, 중반까지 읽다가 낮간지러워서 몇번이나 집어던졌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야말로 푸릇푸릇했죠. 작품도, 읽는 저도.
당시 저는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보면 사지가 간지러워서 견디질 못했습니다. 지금도 간혹 얼굴이 가려워지곤하죠.
그래도 당시 타카하시 신의 좋은 사람을 좋아했던 터라, 애써 읽었습니다.
헌데. 간신히 고군분투끝에 일권을 다읽었을때 문득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완결이 난 다음에 읽어야 된다고.
그리고 대학교때, 최종병기 그녀가 완결이 났다는 얘기를 듣고, 읽어보았습니다.
...읽고 난다음의 기분에 대해선 뭐라고 말을 하기가 꺼려지는 군요. 그정도의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냐, 이 보이미트걸을 지옥의 묵시록에 박아넣은 작품은. 대체, 뭐냐고...
...봐야 알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요약은 어찌보면 간단합니다만, 그 과정이 너무 생생하더군요.
살이 떨리고 피가 끓는 작품이었습니다. 열혈이나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말그대로 지옥의 가마솥에서 피가 증발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읽어볼만한 걸 넘어, 한번은 읽어봐야할 작품입니다. 감성이 살아숨쉴때 말이죠.
...전 이 책을 덮는순간, 지옥의 묵시록이 떠올랐었습니다.
지난번에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 감상평을 올리셨을 때 제가 댓글에 세카이계라는 용어를 썼는데, 혹시 그것 때문에 보신건가요?(웃음) 지옥의 묵시록이라... 이 작품에 관한 평은 저도 나름대로 찾아보았지만 이런 표현이 쓰인 건 처음이라 꽤나 신선하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미 완결이 난 상태에서 보기 시작한지라-죄송합니다. 당시 중2였을 겁니다.-연재와 함께 사람이 성장하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아끼는 작품입니다. 최근에서야 전권, 외전, 소설, 영화 모두를 소장하게 되었구요.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펑펑 울면서 보았는데. 그나마 남에게 일독을 권할 정도는 되는 작품이라고 평해 주신걸 보니 나쁘진 않은 평을 내려주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나이트런 같은 세카이계의 특성상 '세계'라는 거대한 하나의 공간적 소재가 비극성을 심화시키는 장치가 되다 보니 그러한 결말로 끝났겠지요. 다른 매체로 나왔을때마다 전개와 결말이 조금씩 다르니깐 찾아보시는 재미도 있을 듯 합니다.
꿈도 희망도 없지만 사랑은 있는 만화죠. 세계를 멸망시킨게 치세인지, 아니면 전쟁 그 자체인지는 아직도 불분명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