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람하나둘이 발버둥쳐봤자, 세상은 항상 그대로죠.
사람이 아무리 발악해봤자, 사람인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항상 해야할 일들보다 적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조금씩 바뀌어가면서, 결국 세상은 변합니다.
세상이란 말은, 자연이나 사회와 같은 외적인 팩터를 칭하는 것이 일반적인 용례입니다만
그와 동시에 사람이 보고, 느끼고, 인식해 살아가는 극히 주관적인 시점을 칭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살아가다보면 개개인에게 있어 보다 중요한 것은 전자보다 후자인 경우가 사실 더 많습니다.
이 작품은 술술 읽힐만한 문체는 아닙니다. 그렇다고해서 아주 고루하거나 문학적인 문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만 일반적인 라노베의 가벼운 문체는 아니지요.
이 작품에 대해서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
작품내에 깔려진 수많은 설정과 복선? 제대로 밝혀진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주인공과 인물들이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하는 것을 바라신다면 이 작품은 읽지않으시는게 좋을 겁니다.
작품을 다 읽으신 다음에 오히려 가슴에 무거운 바위가 무더기로 얹힌 느낌을 받게 되실겁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쓰는 이유는, 그런 작품이기때문에, 보통은 단점으로 거론될 점들이 오히려 작품을 완성시키기 떄문입니다.
이 작품에선 움직여지지 않는 세계, 어찌할 수도 없는 불합리한 세계에서 말그대로 진창에서 발버둥친 끝에, 살아갑니다.
거창한 깨달음도 부도 자유도 명예도 사랑도 할렘도 없습니다.
인물들에게 남은 건 한줌도 안되는 추억과 상처뿐입니다.
그래도. 그저. 살아갑니다.
그 것뿐입니다.
제아무리 광대한 설정이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거창하다못해 끔찍한 배경이라해도, 너무 대단해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싸움이 벌어진다해도 사람이 살아가는,
단지 그 것뿐인 사람사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더 늘어놓자면, 처음 읽었을땐 서글펐습니다. 애니를 봤을땐 아팠었죠. 수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무섭군요.
상당한 작품입니다.
확실히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지요. 보이 밋 걸 장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