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ning - 이 감상문은, 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시점에 의해 작성되었으며 베르로랑에 대한 99퍼센트의 빠심과 1%의 허접하기 짝이 없는 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 감상문의 원 부제는 (이렇게나 야만스럽고도 기괴한) 부족하고도 장황하고 허접한 감상문이었습지요. 이런 종류의 글은 대략 이삼년만에 처음으로 써보는 것이기에 허접해도 부디 양해해주시길. (그럼 이삼년 전엔 나았냐는 의문을 품으셔도 지금이나 그때나 개발새발인건 마찬가지입죠. 예(...).)  그리고 이 감상문은 최대한 미리니름을 제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베르로랑 이야기에 대한 잡상 - 부족과 결핍의 관점으로 본 베르로랑이야기






1. 서론




 라이트노벨이나 판타지소설에서 가장 친숙하고도 자주 사용되는 장치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즉 초합리주의적 이야기 전개 장치를 들 수 있다.


 이는 적절히 사용될 시엔 이야기의 전개를 흥미진진하게 만들면서도 독자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훌륭한 도구이나, 동시에 전개를 진부하게 만들고 작가의 자아도취를 고취시키며 독자의 짜증을 불러일으키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본디 사람의 글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장치의 기원이 그렇듯이 이것은 본디 신화에 그 기원을 두는 것으로서, 그 사용방식과 존재의의는 다양한 장르에서 승계, 변형된 지금도 큰 차이는 없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크게 분류해서 기계장치의 신, 즉 고대 그리스극에서 이야기를 한 갈래로 끌어 모으고 정돈해 결말을 맞이하는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같은 방식과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야기의 어떠한 장치나 인물에 절대적인 의미나 제약을 부여하는 방식의 두 분류로 나뉠 수 있다.


 전자의 방식은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 자주 쓰이며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될 질 알 수가 없는 작가가 이야기를 종결시키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끌어다 쓰는 경우도 많다. 후자의 방식은 이야기 구성을 어느 정도 규격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익숙함과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되거나 지쳐버린 작가가 글을 날로 먹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전자의 성공적인 예로서는 톱을 노려라, 최악의 예로서는 소드마스터 야x토를, 후자의 성공적인 예로서는 그렌라간에서 시몬의 드릴, 최악이자 최고의 예로서는 투명드래곤을 들 수 있다.


 이렇듯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그것이 베르로랑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판타지적 세계관, 마법소녀물, 학원물, 거기에 라이트노벨. 이러한 도식이라면 초합리주의적 장치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반드시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야기 전개 상 빼놓을 수 없는 장치들이다. 어떠한 장르라도 그렇지만 위에 열거된 장르들은 태생적 특성상 더욱 그러한 면이 강하다. 물론, 베르로랑에서도 그러한 장치들은 존재하고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허나, 베르로랑에서 그러한 장치들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베르로랑에서 그 장치들은 캐릭터를, 전개를 부각시키기 위한 설정이나 제약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오히려 베르로랑에서 초합리주의란, 주인공들이 넘어서야만 되는 극복대상으로서 존재한다.


 베르로랑에서 주가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캐릭터 자신과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이며, 그 것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고 있다. 장르에 걸맞게 베르로랑는 희극적 요소로 가득하다.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코믹하고 보다보면 귀여운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웃음짓게 된다. 허나, 베르로랑 이야기는 비극이다. 희극적 요소로 가득 찬 비극. 그 것이 베르로랑 이야기이다.






2. 본론 - 부족한 이들에 의한 아프기만 한 건 아닌 이야기




 베르로랑 이야기의 주된 인물들, 적어도 중심 전개에 관계된 인물들은 완성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 어딘가 결여된 점이나 부족한 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결여는 상황적 결여와 인물자신에서 비롯된 결여로 나눌 수 있다. 상황적 결여의 예로 팔리네는 마력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인물로써, 전투의 보조자인 코디네이터이면서도 마법을 쓰지 못해 열등생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허나, 만약 그녀가 베르로랑이 아닌 태학에 입학해 있었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녀는 셀리엔느 수준의 완벽초인으로 대접받았을 것이다. 물론, 필기성적은 제외하고.

 그녀는 위치퀸이라는 목표를 위해 스스로 상황적 결여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극복하려한다. 또한 그러한 목적을 갖게 되는 의지의 출발점은 그녀의 과거라는 배경에 기인하는 것이나, 그녀는 그러한 의지와 노력을 내면화하고 있다. 외적인, 상황적 면에선 분명 열등하지만 내적인 면에선 완성되어있는 캐릭터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가 흔들리지 않는다. 


 인물자신에게서 비롯된 결여의 예로써는 셀리엔느를 들 수 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의 뛰어난 능력과 사회적 평가등, 외적인 모든 면에서 완전에 가까운 존재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없다.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그녀는 자기자신에게 만족하질 못한다. 사회적인 평가와 가치는 그녀 자신에게는 가치가 없다. 그녀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나, 그 모든 것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녀는 완벽할지 모르나, 하고자 하는 목표를, 의지를, 그리고 삶에 있어서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해야하기 때문에 하고,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갈 뿐이다. 다만 재능과 그에 걸맞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해 보이는 삶을 살아갈 수는 있지만, 거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즐거움도 보람도 없다.


 그녀는 사실상 방구석폐인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착실한 성격이, 재능이, 노력이 있고,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만을 알기에 그렇게 할뿐이다. 그녀는 좌절과 절망, 패배같은 감정과는 가장 연이 없어보이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상황으론 그녀에게 자극조차 주지 못하고 그냥 흘러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셀리엔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자극을 부여받게 되면 쉽게 흔들리고 때론 이성을 잃거나 현실을 부정하기도 한다. 


 다른 주요캐릭터들, 리쉬리리아와 베르카의 관계와 상황 또한 이와 유사하다. 물론 이야기의 주제나 그때마다 다뤄지는 소재, 그로인한 방향성은 달라지지만 1, 2권에서 나타난 이러한 주요캐릭터간의 대칭구조는 3권과 4권에서도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측은 항상 대칭되는 캐릭터들과 갈등을 겪은 끝에, 이해하고 그들을 도우려한다. 항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베르로랑에서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주인공들에게 부여되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넘어야될 장벽에, 상황에, 그들의 적에게 부여된다. 1권의 기사는 마력을 묶어버리기에 그 누구도 그에 대항하지 못했다. 2권의 퍼스트 블러드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3권과 4권의 자기도취쓰레기는 물리적인 힘이나 세력보다도 들고 나오는 제약조건 쪽이 까다롭고, 결국 주인공들에게 완전한 해피엔딩은 단 한번도 찾아오지 못했다.


 주인공들과 달리 베르로랑의 적들은 완성되어있는 존재들이며 완결된 존재들이다. 그들은 결코 영향을 받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인격체나 일개 개인이라기보단 태풍이나 해일처럼 그저 존재하고 찾아오는 재앙이다. 초합리주의적이고 완성된 존재인 베르로랑의 적들은, 베르로랑에선 상황이자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초점은 초월적인 적들이 아닌 불완전하고 안쓰러운 주인공들에게 맞춰져 있다.


 베르로랑 이야기에선 항시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설정하며 주인공들보다 나은 이들은 그 장벽 앞에서 무릎꿇고 좌절하게 된다. 오히려, 부족한 주인공들이 발버둥친 끝에 그들을 돕고 결국은 결말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처와 피로 점철된 결말이고, 주인공들에게 결코 초합리주의적인 해피엔딩은 찾아오지 않는다.


 이처럼 베르로랑은 결여된 이가 보다 나은 이를 오히려 구제하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대단찮고, 평범하고, 어찌 보면 떨어지는 존재들이 절대적인 장벽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부숴버리고 보다 낫다고 평가되는 이들을 돕는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고, 손에 넣은 것도 있으나 그들이 잃는 것은 평생토록 떨쳐낼 수 없는 것들뿐이다.

 그들은 상처입고, 피에 젖은 끝에 간신히 작디작은 것만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그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맞는다. 더할 나위 없이 아프지만 선명하게 새겨지는 결말을. 그리고, 독자들 또한 흐름에 따라 납득하고 받아들이게 한다.


 베르로랑 이야기는 비극이다. 전형적인 라이트노벨 특유의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배경 속에서 현실적이고 선명한 인물들과 인간관계, 그리고 그 과정과 결말이 그려진 비극이다. 글을 보는 내내 작가가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느낌은 내내 들었으나 작가자신의 억지가 느껴지진 않았다.

 어떤 이의 글이든 독자에게 자신의 글을 받아들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많고 적음의 차는 있지만 글에는 작가자신의 억지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베르로랑은 어디에도 무리는 없고, 이해해달라며 억지를 부리지 않고 찬찬히 시간을 들여 글을 설명하려 애쓰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 글. 사람이 사람을 도우려한 끝에 도와내고야마는 글이라고, 나는 베르로랑을 그렇게 보았다. 베르로랑의 주제는 결말보다도 그 과정에, 납득하게 되어가는 과정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인물들이, 그리고 인물들의 관계가 베르로랑의 의미이자 주제라고. 베르로랑은 간만에 본 괜찮은 비극이자 좋은 글이었다.






3. 결어




 베르로랑 이야기를 처음 읽고 느꼈던 점은 탄탄함이었다. 그 전개, 인물설정, 결말에 이르기까지 베르로랑 이야기는 분명 좋은 작품이지만 군데군데 부족한 점을 찾아볼 수 있고 아쉬운 점도 많다.


 그 것은 작가자신이 밝히듯이 열권의 분량을 다섯권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전개적 손실에서 비롯된 점이나 아직은 작가자신이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라이트노벨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어설픔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탄탄하기 때문에 비롯된 아쉬움을 글 여기저기에서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전개적 공백이 생기는 부분에선 마치 탄탄함이 글을 옭아매는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좀더 놀아보고 질러봐도 괜찮을 듯한 장면에서 이야기 속의 틀에 매여 웅크리는 것 같아 다소 밋밋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야테처럼의 작가가 그 스승에게 때론 독자가 흠칫 물러설 정도로 세게 나가야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작가가 자신의 글을 사랑하며 글을 썼다는 것은 행간 하나하나에서 전해지기에 좀 더 맘 편히 억지를 써줬으면 한다. 보는 나조차 때때로 작가가 안쓰러워질 때가 있었기에.


 원래 이 감상문에선 총 15페이지에 걸쳐 세 개의 논점을 중심으로 상세한 인물, 상황, 이벤트를 분석해볼 생각이었다. 허나 안그래도 문재가 없는 탓에 장황하고 졸렬한 글밖에 쓸 수 없는 몸으로 그런 길디긴 글을 쓰면 자기반복적이고 이보다도 더 엉망인 글을 내놓는 비극이 벌어질 게 뻔해 그만두었다. 무엇보다도 그럼 작가인 신념군도 읽질 않을 것 같았다(...).


 이렇듯 엉망인 재주로 장황하게 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동정을 애걸하지 않는 비극이란 점이 가장 크게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비극이라도 타자에겐 비극이지만 그들 스스로에겐 만족스런 결말일 수 있기에.

 부디, 베르로랑이 인물들 스스로가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결말이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작가자신에게도.


 베르로랑의 모든 이야기가 완결되는 5권, 그리고 작가의 차기작과 세월이 지난 후의 글을 기대해본다. 적어도, 내게 베르로랑은 그 걸 기대해볼만한 글이었다.


 - 다른곳에 올렸던 글입니다만 올려봅니다.



profile
흑란 2010.10.14 12:11:19

상당히 진지한 글이고 책에 대한 애착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음.. 저는 베르토랑이야기인가요  이 책을 보지는 않았지만요. 한번쯤 봐도 괜찮을 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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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물래 2010.10.14 15:25:21

베르로랑 완결나면 볼라고 지금까지 참고 있는데 슬슬 인내의 한계가 찾아오고 있는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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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마네 2010.10.14 16:03:25

오.. 상당히 공들였단걸 느낄 수 있군요. 제대로된 리뷰를 보았습니다.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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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온모에 2010.10.14 16:29:27

보고싶은데....부코에선 구할수없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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뮨뮴 2010.10.14 19:43:28

동인소설이라 그런지 구하기가 쉽지않군요. 1권부터 구하고싶은데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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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쓰는소녀 2010.10.15 00:32:44
http://tagnovel.egloos.com/

 작가님 싸이트에서 구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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뮨뮴 2010.10.15 02:00:18

오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당장 알아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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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쓰는소녀 2010.10.15 00:30:27

집에 3권까지 있죠 ㅎㅎ 4권 구입하려는중 ㅎ 나왔는데 아직 안샀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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