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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메모 | 대한민국 육군 소령의 패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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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할아버지의 대학 후배 되시는 어르신 한분이 저희 동내에 있으신데요. (애초에 제가 사는 동내가 국가 유공자들이 모인 동내이기도 하고...)
이분도 할아버지와 함께 장교로 차출되어서 대위로 예편하신 분입니다.
학업을 포기하신 할아버지와는 달리 학교로 돌아가 교편을 잡으신 분인데...
저희 아버지께서는 이분께 깎듯이 대하시며 가끔 좋은 술이 들어오면 저희 집으로 모셔다 대접을 하곤 하십니다.
한날 아버지께서 진짜 수작업으로 만든 안동소주를 구하셔서(이거 비싼 술이더군요...) 이 어르신을 모셨는데 어르신께서 "아...좋구만. 맛있어. 형님(제 할아버지)께서 이 술 참 좋아하셨지...술 하니까 생각이 났는데." 라고 운을 때시더니 할아버지의 장교 시절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전쟁 끝나기 한 석달 전쯤이었는데. 그때 내가...인사장교였고, 형님이 통역장교였는데...한날 사단장님이 불러. '부르셨습니까?' 하니까, '자네들 미군 사령부에 좀 다녀와야겠다.' 이러더라구.
'무슨일입니까?' 하니까 '내가 거기가서 지휘관한테 서류를 좀 받아와야되는데, 지금 급한 일이 겹쳐서 못가게 됬다. 그냥 수령만 해 오면 되니까 간김에 거기서 식사도 좀 하고, 반주도 한잔 걸치고 오게.' 하더라고.
그래서 형님하고 갔는데, 거기 장교가 '지금 준비가 안되서 잠깐 장교 식당에서 식사라도 하고 계시면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하더라고. 한국말을 아주 잘해 그 대위가.
그래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중위 하나가 오더니만 영어로 당장 나가라는거야. '여기는 미 육군 장교 식당인데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여기서 밥을 먹냐? 당장 나가라.'이러는데. 우린 뭐 황당하지. 식사하라고 해서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가라는게 말이 되나?
그래서 내가 잘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형님이 갑자기 '이놈아, 우리는 우리 사단장님께 전권을 위임받고 이곳 지휘관의 손님으로 온거다. 미 육군 장교는 지휘관에게 온 손님한테 이따위로 구냐? 너랑은 할말 없고 니놈 직속상관을 데려와라.' 라면서 화를 버럭 내 버리는거야.
그러나까 그 중위가 생각지도 못하게 영어도 유창하고 하니까 당황을 해서 말이야, 어물어물 하는데, 그때 형님이 소령이었거든. '뭘 하고 있어? 니놈 직속상관한테 가서, 소령 XXX이가 찾는다고 말을 하란 말이다!'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버리니까 그제야 달려가더라고.
좀 기다리니까 그 지휘관이 오는데 우리보고 식사 하라고 한 그 대위야. 형님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면서 화를 내니까 죄송하다면서 설설 기더라고.
어찌어찌 업무 다 보고 돌아가는데, 그 대위가 우릴 부르더라고. '정말 죄송했습니다. 해당 장교는 징계처리 하겠습니다.'하는데...솔직히 진짜 징계 했겠나?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지. 알았다고 하고 차에 타는데 선물이라면서 나무 상자를 하나씩 주더라고. 우리는 이게 뭔가...했는데, 돌아가서 열어보니 술이야. 위스키.
이런걸 다 주네? 하면서 사단장님 한병 드리고 형님이랑 나랑 둘이서 한잔씩 마셨는데, 어이구...목이 타는거 같더라고.
형님이 물을 막 마시면서...'야, 김대위. 역시 술은 안동 소주가 최고구나. 나중에 소주나 좀 구해 봐라.' 하시더라고.
그런데 결국 다 마시더라. 술이 마시고 싶으니까 물타서 마시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없더라고. 형님이 술 참 잘마셨지. 술이 세기도 세지만 주정을 안부리니까."
라고 하십니다.
이 어르신께서 밀씀하시길, 전쟁에서 큰 전공을 세운 영웅들이라도 별로 특별할건 없다고 합니다.
그냥 술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보통 청년들일 뿐이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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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화네요 이런 엣날이야기같은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