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메모 하카마다 메라, 2013 SUMMER ISSUE 


 

나무들이 우거진 등굣길에서 보게 된 넌...

아는 척하려다 그만두고 만다.

너의 모습이 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다른 아이들과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너에게

난 다가가지 못했다.

뒤에서 그저 바라볼 뿐.

하려던 인사는 혀끝에서 맴돌다 그대로 삼켜진다.

 

아침부터 햇살이 강하게 내리쬔다-

눈에 박힐 듯이-

아.프.다.

그래, 오늘 등굣길은 그랬다...

 

[교실]

 

「츠바키, 좋은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츠바키에게 아침인사를 건네는 키카이다.

하지만 츠바키는 책상에 앉아 조용히 문고본만 읽으며 대꾸하지 않는다.

냉기가 흐르는 듯한 츠바키의 태도에 키카는 놀란 듯 츠바키의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무슨 일이야, 츠바키? 기분 안 좋아?」

 

당황한 음색으로 말을 걸어보지만 역시나 묵묵부답.

 

「있잖아, 그것보다 오늘 우리 집에 가지 않을래? 정원 보여주고 싶어서~」

 

하지만 키카는 금세 활기를 되찾고 츠바키에게 제안을 한다.

요즘 가꾸고 있는 정원을 츠바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듯.

 

「안 돼」

 

문고본에서 눈을 뗀 츠바키는 매정하게 거절한다.

하지만 키카는 굴하지 않고 매달린다.

 

「에- 그럼 내일은? 토요일이잖아」

「그런 게 아니고- 나 사실 꽃 따위 좋아하지 않아」

 

느닷없는 츠바키의 말은 키카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 충분했던걸까.

충격을 먹은 듯 키카의 표정이 사라진다.

 

「너와 친해지기 위해서 흥미있었던 척 한 것 뿐이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냉정히 말을 뱉어내는 츠바키이다.

이런 츠바키에게 어떠한 말도 못 한 채 키카는 조용히 등을 돌린다.

그렇게 그날은 끝났다...

 

[츠바키의 집]

 

이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비가 쏟아진다.

창문 밖으로 내리는 비는 내 마음속에도 내리고 있었다.

쿠션을 끌어안은 채 난 침대위에 멍하니 앉아있는 게 다였다.

 

나 바보 같아...

너와 안 좋게 헤어진 게 어쩐지 눈가에 눈물을 만들어 낸다.

뭐랄까, 그 아이들 널 적당히 대하고 있었으면서 손바닥 뒤집듯이

네가 모델이라는 거 알고나자 친한 척 싱글벙글해서는...

게다가 너도 너야 정말이지...

 

그 아이들에게 다정히 웃어주던 너의 모습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으으-

짜증나-

열 받아서 괜히 애먼 쿠션만 가지고 화풀이 하게 된다.

 

용서 할 수 없어.

생각하면 할수록 분하고 슬퍼서 어디엔가 긁힌 것처럼 쓰라리다.

오버랩되는 너의 다정한 미소가 끝내 내 눈물이 주르륵 흐르게 만들잖아...?

 

너의 웃는 얼굴을 모두에게 보이고 싶었을텐데도-

막상 나 이외의 다른 아이에게도 향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고통스러웠다.

이건 무엇인지

뭐라 표현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는다...

 

[너에게 향하는 길]

 

오늘은 하늘이 화창이 갰다.

샌들에 원피스를 차려입고는 츠바키는 키카의 정원에 방문한다.

정원의 입구에 다다르자 작업복에 한창 일하고 있는 키카의 뒷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츠바키는 그 뒷모습만 보고도 알아차린다.

그 등이 화가 났다고 말한다는 것을.

츠바키는 조심스레 키카에게 다가선다.

 

「키카, 어제는 미안했어...꽃 싫어하는 거 아니야...」

「사과하러 온 거야?」

「응...」

 

어렵사리 말을 꺼내는 츠바키를 키카가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민망함과 어색함에 우두커니 서 있던 츠바키는

그 분위기를 못 견디겠는지 갑자기 주먹을 꽉 쥔다.

 

「근데 나, 그 애들과 네가 친하게 지내는 거 맘에 안 들어!」

 

갑자기 성내듯 외치는 츠바키가 어이없는지 키카 역시 일어서 응수한다.

 

「뭐어? 어째서!?」

「이 둔팅이! 어째서 넌 그렇게 모르는 거야!」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츠바키 역시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그 애들이야 네가 잘나가니까 뭐 그런거지~ 아무튼 기억하라고!」

「그런 거야 츠바키? 정말 꽁하긴!」

「뭐어?」

 

츠바키의 횡설수설에도 알아들었는지 키카는 츠바키를 품에 꼬옥 안아준다.

 

「뭐~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화해 페이스!」

「하앗?!」

「짜증내도 화해인거지! 좋아! 짜증내더라도!」

 

에헤헤-

활짝 웃는 키카의 얼굴에 츠바키는 일순 모든 고민들이 날아가는 걸 느꼈다.

 

「미안해. 심한 말 해서」

 

누그러진 츠바키는 정식으로 화해의 손을 내민다.

 

싱긋.

키카는 이런 츠바키를 그저 말없이 바라본다.

그 얼굴엔 미소를 띄고서.

그 웃는 얼굴을 보자마자 그 동안 슬펐던 일들이 날아가고

뜨겁게 벅차오르는 기쁜 감정이 마치 빛이 들어오는 것처럼 츠바키 안에 충만해져 갔다.

 

「츠바키 너, 나와 친해지려고 꽃에 흥미 있던 척 한 거라고 했나?」

「아냐, 아냐! 그건 그냥 열 받아서 나온 말이였어....」

「그래~그래~」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까」

 

츠바키를 놀리며 키카는 자연스레 정원 한가운데로 이끈다.

거기엔-

놀랍도록 멋진 해바라기들이 가득-

 

수많은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츠바키는 뭐라 표현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는다.

키카에 대해 그러한 것처럼.

 

「와~예쁘다! 근데 이거 전부 니네 땅?」

「정말 무드 없네 츠바키」

 

끝.

 

짧디 짧은 단편~

친구에 대한 소녀의 꽁한(?) 질투-

무슨 감정인지 깨닫지 못하는-

뭐 그런 퓨어한 이야기입니다.

 



profile
올뺌 2013.11.05 01:02:16

따듯한 느낌..

profile
zizzy 2019.04.10 21:44:26

Menu2에서라도 글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언제 레벨 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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