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플레이어는 '파르페'란 마녀가 되어 가게를 경영하여 일정량의 자금을 모으는 것이 목표입니다. 흔한 설정이죠. '빚을 갚는다'란 목표는 하이리워드나 강철제국등에서도 봤던 것이고, 가게 경영이란 방식도 흔합니다. 그렇다면 이 진부함을 막기 위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했겠죠?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닙니다. 시뮬레이션의 요소에 '연애'를 섞는 것도 흔하디 흔한 요소이며, 가게 경영의 전략성도 무척이나 부족합니다.

솔직히 가격에 비하면 게임은 괜찮은 수준이지만 장점은 오직 그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게임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이 게임은 돈을 지나치게 쉽게 벌 수 있습니다. 일단 [재료 수집 - 생산 - 판매]의 라인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그리고 아이템 제작 테크도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원료에서 1차 테크 물품을 생산하고, 1차 테크 물품에 또 다른 원료를 첨가해 2차 테크로 넘어가는 방식입니다만... 테크를 가리지 않고 모든 생산량의 기본이 '10'입니다. 대부분의 원료가 종류별로 2~3개 정도가 투입된단걸 생각하면, '1차 테크 물품으로 2차 테크 물품 5개 이상 생산'이란 공식이 성립합니다. 그리고 테크 수준이 높아질 수록 더 비싼 값이 쳐진단걸 생각하면 '상위 테크로 갈수록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량도 많아지고, 더 비싼 값으로 팔수 있는 물품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게임은 전략성이 매우 부족합니다. 골치아프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초반엔 도서관에서 마법능력을 향상시키고 재료를 모으고 다니다가 나중에 고테크 물품을 양산해 팔면 땡입니다. 정말... 안좋습니다. 고테크 물품은 비싼 값을 하는 만큼 생산에 리스크를 두어야 하고, 필요없는 물품도 나름대로 쓸모를 두어야 합니다만 그게 없으니 결국 주력상품 몇종만 팔게되고... 이벤트를 이용한 물품 밸런스 조절도 생각해 볼 법 합니다만 이조차 그다지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솔직히 '이자'란 명목으로 초반 생산을 강요하면서 극초반 레벨업과 생산의 밸런스를 맞추고, 후반엔 아이템의 다양한 활용과 다른 가게와의 경쟁등의 요소를 활용하면 전략성을 좀 더 강조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서 전 이걸 연애 게임 대용으로 삼았습니다(...). 경영게임이라고 보기엔 그 전략성이 너무 수준미달이라서요(...). 대신이라면 좀 그렇지만 연애게임으론 괜찮았습니다. 게임이 너무 쉽고 연애할 시간도 매우 넉넉해서 연애 이벤트나 즐기는게 재미였거든요. 뭔가 본말이 전도된것 같습니다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리고... 바로 이 연애부분이 이 게임의 백미입니다. 이 부분만큼은 시대를 저멀리 앞서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단 공략케릭터의 감상을 보시죠.

캐릭터 감상
파르페 슈크렐 : 주인공이자 당신의 분신입니다. 어두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는 아가씨.... 치곤 좀 비범합니다. 하루 온종일 등산을 하고, 노동을 하고, 덤으로 남는 시간엔 연애까지 하면서도 절대 지치지 않는 마르지 않는 체력의 소유자거든요. 이 강철과도 같은 체력 덕분에 그녀는 뛰어난 마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연약한 척 하지만 사실 복부에 임금 왕자라도 있는것 아닙니까? ㄷㄷ

플로레 밀피아 : 꽃을 사랑하는 연약하고 순수한 소녀... 라고 보이지만 그 정체는...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그녀가 공략대상이란 것으로 이 게임에게 첫번째로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소녀 취향의 게임인데 소녀가 연애대상이라니... 순간 어이상실. 게다가 이벤트를 봐도 '생명을 나눈 사이'라든지 '키스로 일어나는 기적'이라든지... 순도 100% 연인이 되는 필수과정을 그대로 펼쳐서 으어어... 하면서도 결국 다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전 몰랐습니다. 그녀를 능가하는 진히로인의 존재를...

필립스 왕자 : '왕자'란 말이 나왔지만 한두해 전에 나온 게임도 아니니 더이상 미리니름도 아니겠죠. 근데 왕자인데... 왕자인데... 왕자인데!!! 뭔가요 이 안습한 대우는?!
게임상으로, 필립스 이벤트는 다른 공략케릭터보다 나중에 뜹니다. 최종 플래그는 대조식입니다. 왕자의 호감도와 다른 케릭터이 호감도를 비교하여 보다 높은 쪽으로 결정되는데... 정작 모든 이벤트를 똑같이 다 보면 왕자가 밀려요. 포인트 대조식으로 결정되는데, 정작 최종 호감도량이 다른 케릭터에 비해 밀린다?! 이 말은 게임에서 왕자가 맡은 배역은 루저 구제용이란 뜻밖엔 안됩니다. 결정적으로 왕자 엔딩은 돈을 다 모을 필요조차 없어요!

공략 우선순위에서 여케에게 쳐발리는 백마탄 왕자님이라... 뭐랄지... 그는 게임을 잘 못타고 났습니다. 모든 소녀의 꿈인 백마탄 왕자님을 고작 배드 엔딩 회피용 보험케릭터로 전락시킨 게임이 있다니... 참 컬쳐쇼크였습니다. 허허... (왜 두번 말하냐구요?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이유는...)

레네트 킬슈 : 첫 인상은 '주인공의 라이벌'입니다. 딱봐도 그렇잖아요. 찌질한 성격에, 지기 싫어하고, 사사건건 시비에다 별 이상한 것까지 경쟁심에 불타고... 그러나...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NO.2! 그녀야말로 이 게임의 진히로인이었던 겁니다. 때는 1998년. 백합츤데레도 아직 햇빛을 받지 못한 시절에 이 둘을 결합해 진히로인으로 밀어주던 게임이 있다니. 코가도는 선진적입니다(...).
스토리도 굉장한게 '항상 지켜보는 사랑'이랄지 '숨겨진 진심'과 '과거의 비밀'같은 소녀 취향 이벤트는 물론, '라이벌과의 대결!', '흑화하여 숨겨진 힘 발동!!', '격돌! 최종 필살기!!'같은 소년 취향 이벤트까지 있습니다. 마지막은 '간신히 되찾은 진심'에 '연인으로서 첫키스'까지... 정말 제작자가 심혈을 기울였단것이 느껴집니다. 남녀 할것없이 레네트의 매력에 확실히 빠져들게 말겠다!라는 제작자의 집념이 느껴질 정도에요.ㄷㄷ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 레네트와 왕자를 같이 공략중이었습니다. 정말 고민고민하다가 (전 세이브 칸을 항상 하나만 씁니다. '세이브는 이어하기용'이란게 신조라) 마지막까지 정하지 못해 왕자의 고백 이벤트가 떠서 '레네트는 이제 틀렸구나'하고 있었죠. 근데... 왕자를 제끼고 레네트가 파르페의 마음을 차지했다!!!라는 전개가 되어서 순간 정말로 뿜었습니다.
아니, 아니, 아니, 보통 이런 게임, 그러니까 소녀 취향에서 '왕자님의 고백을 받는' 전개가 되면 보통 '여자친구'따윈 생각도 안하는게 정상 아닌가요? 근데, '왕자님과 여자친구를 저울질하다 결국 여자친구를 선택'하는 전개는 정말 제 평생 처음이었습니다.
결국 게임의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니... 공략대상이던 [왕자]가 사랑의 라이벌이 되어 [마녀]와 대결하다 결국 [마녀가 히로인의 마음을 차지]하는 평생 듣고보도 못한 전개를 맞이하고 말았던 것이죠. 이 순간의 컬쳐쇼크란 정말--;;; 코가도는 혁신적입니다-_-b

코코토 킬슈 : 반쯤 해탈까지한 기세로 플레이했지만... '연인을 사이에 두고 결투!!'같은 전개까지 나오다니. 정말이지 이 게임은 완벽한 명작입니다ㅜㅜb. 그리고... 코코토에게마저 발릴줄은 몰랐다. 이런 동네북 왕자 같으니라고!!!


제가 플레이한 순서는
1회차: 무난하게(?) 플로레 루트.
2회차: 레네트와 왕자 동시공략인데 뜻하지 않게 레네트와 왕자의 대립구도가 되어버리면서 이야기가 무척 재밌게 돌아갔으며
3회자: '짝사랑하는 동생' 포지션의 코코토에게 '백마탄 왕자님' 포지션의 필립스 왕자가 쳐벌리며 왕자는 동네북 인증, 소녀의 영원한 사랑은 소녀라는 아름다운 전개(...)를 맞이했습니다.

이런 게임, 요즘도 좀처럼 보지 못했다는... 아니, 지금도 이런 구도의 게임은 없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정말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소녀들의 꿈인 백마탄 왕자님이 히로인에게 쳐발리고 소녀들끼리 고순도 연애를 나누는 게임은 제가 아는한 이게 유일합니다. 꼭 한번 해봐요. 회차가 쌓일 수록 이미지가 점점 비참해겨가는 왕자님은 이 게임의 빠뜨릴 수 없는 재미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게임... CD넣고 플레이하면 BGM과 보컬은 나오는데 케릭터 음성이 안나오고, 짜증나서 이미지 떠서 가상 드라이브로 돌리니 이번엔 케릭터 음성은 나오는데 BGM과 보컬이 안뜨는 괴악한 버그가 있어서 어이없던 적이 있었습니다. 뭐지?--; 이거 해결하는 방법 없나요?



profile
얼음파편 2013.04.21 21:30:01

파르페는 저도 못 해봐서 궁금했었는데 그런 내용이었군요 ㅋ_ㅋ 나중에 꼭 해봐야 겠습니다.

BGM이랑 음성문제는 윈도우 호환성문제인것 같네요. 워낙 연식이 된 게임이다보니...

가상디스크 드라이브를 D: 로 맞추면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


외쳐! 코가도!

profile
니니슈 2013.05.09 21:04:32

어릴 때 게임잡지에 부록으로


소녀마법사 레네트란 게임이 있어서 재밌게 했었는데


저도 시대를 앞서 백합을..

TOP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평점 공지사항(2013년 8월 8일 변경) [47] 하루카 2009-09-22 102870 1
1651 감상   とある科学の超電磁砲S 12화 수형도의 설계자(트리다이어그램)-네타 주의- file [2] wisea 2013-06-30 2635  
1650 추천   영화 '더 웹툰' 추천합니다. [4] 문어빵 2013-06-29 1904  
1649 감상   とある科学の超電磁砲S 11화 자동판매기 리뷰 -네타 주의- file [2] wisea 2013-06-22 2833  
1648 감상   [역시 내 청춘러브코메디는 잘못 됬다.] 단체, 집단이라는건 정말 좋은 거죠. [2] Grendel 2013-06-21 1908  
1647 감상   とある科学の超電磁砲S 10화 원자붕괴(멜트다우너) 스샷-네타주의- file [3] wisea 2013-06-15 3948  
1646 감상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 됬다.] 오오 하치만이여... [1] Grendel 2013-06-15 2177  
1645 추천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 됬다.] 쓰래기 같은 집단의 횡포. [3] Grendel 2013-06-09 2090  
1644 감상   とある科学の超電磁砲S 9화 리뷰 file [1] wisea 2013-06-08 3585  
1643 원작누설   내여귀 12권 주요내용에 대한 감상 [4] 마난마야 2013-06-07 2010  
1642 감상   어떤과학의 초전자포S 8화 캡처 - 네타주의- file [3] wisea 2013-06-01 2726  
1641 감상   とある科学の超電磁砲S 7화 캡처 -네타 주의- file [4] wisea 2013-05-31 3396  
1640 감상  어느 비행(공)사에 대한 추억 [3] 이중사 2013-05-27 1873  
1639 감상   とある科学の超電磁砲S 6화 캡쳐 file [4] wisea 2013-05-18 1893  
1638 감상   초전자포 S 4화 캡처 file [1] wisea 2013-05-04 1883  
» 리뷰  제멋대로 리뷰. 소녀 마법사 파르페 [2] CrowFish 2013-04-21 292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