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메모 모리나가 밀크, 2013 SUMMER ISSUE 


 

오늘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 등굣길입니다.

 

「안녕~!」

「안녕~~~~」

「싫다~이 바람」

 

모두들 아침 인사를 건네면서도 거센 바람에 곤란해합니다.

그리고 두런두런 들려오는 대화들.

 

「있잖아, 이번에 애인과 디즈니랜드 가는데-」

「거기 좋다던데-」

 

이런 대화를 들으면 부러워도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건-

 

「후지와라 선배-!」

「응, 안녕」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는 선배,

나에게도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멋진 왕자님이 있습니다.

단발머리가 단정해보이는 배구부의 후자와라 선배.

교내에서 인기 많고, 같은 배구부원이 아닌 한 하급생으로서 말을 걸 수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엉망이에요~」

「그래? 평소와 다름없는데?」

 

선배 앞에서 칭얼대보지만 무신경한 선배는 받아주지 않네요. 미워라.

그리고 점심시간 학교옥상.

선배에게 평소 생각한 기세대로 부탁을 해버렸습니다.

‘거짓된’ 교제를.

 

「데이트?」

 

물론 여자이고 진짜 왕자님은 아니지만...

 

「오- 좋아좋아. 휴일에 친구와 노는 것도 오랜만일걸~」

「논다니...그래도 일단 사귄다는 설정인데...」

「OKOK. 데이트 연습이네. 사귀자 사귀자.」

 

조금은...두근두근 합니다.

 

「저...그럼...디즈니랜드라든가...」

「디즈니? 꽤 멀잖아? 게다가 휴일인데 엄청 붐비지 않을까?」

「 그,그러네요...그럼 영화라든가...」

「영화라...그러고보니 보고싶네-」

「그럼 결정된거죠!」

 

데이트 약속이 잡히자 전 저도 모르게 흥분을 해버렸습니다.

 

데이트.

첫데이트.

뭐 거짓이래도 데이트 해보고 싶었으니까요. 우후후~

흥분된 마음으로 복도를 뛰어다니며 뭘 입고갈까나 고민하다가

복도 끝에 모여있던 반친구들과 눈이 마주쳐버렸습니다.

절 보더니 하던 대화를 멈추고는 가버리는군요.

친구는 없지만 별로 상관없습니다...

여자들의 우정은 깨지기 쉽다고 마마도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요. 왕자님이 있으니 혼자가 아닙니다.

 

[데이트 당일 날]

 

「미우! 미안, 늦어서」

「괜찮아요. 지금 문자보내려고...」

「뭐 입어야할지 고민해버려서-」

 

아...사복을 입고 나온 선배를 보는 순간 전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건-

 

「있잖아, 나 애인역이지? 그래서 남자같은 차림이 좋겠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잘 몰라서...응?」

「아니에요! 훌륭해요!」

 

블라우스에 블랙슈트를 입은 선배를 바라보자니 저도 모르게 볼이 달아올라 눈을 마주칠 수 없었습니다.

교복을 입은 여성스러운 선배도 좋지만 이런 멋진 차림도 좋은걸요.

역시 넋을 잃고 봤다는 건 비밀입니다.

 

「있잖아, 저 사람...」

「모델아냐?」

「와- 멋지다!」

 

시내 한복판에 서 있자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배를 보며 한마디씩 합니다.

큰 키에 슬림한 몸매가 잘 빠진 선배...

저도 모르게 으쓱하게 됩니다만...

 

「근데...저 사람은 뭐지?」

「옆에 로리타? 쫓아다니는 거 아냐?」

 

절 가르키며 오해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기소침해집니다.

 

「미우? 왜 그래? 안 가?」

「저...죄송해요...」

「응?」

「뭔가 저...소녀취향의 차림이라...」

「에-? 괜찮아. 공주님처럼 귀여운걸.」

 

부끄러움에 머뭇거리자니 선배는 오히려 귀엽다며 웃어줍니다.

그러곤 시간이 다 됐다며 제 손목을 잡고는 앞서 걷기 시작하는 선배입니다.

잡힌 손목과, 선배의 뒷모습, 그리고 손목을 잡힌 채 끌려가는 저...

이런 장면...동경하고 몇 번이나 꿈에서 봤습니다.

진짜 데이트도 이런 바람과 두근두근함이 있겠지요.

 

그리고 도착한 영화관 매표소.

이럴수가.

선배...울트라맨이라니요.

이런 영화취향이었습니까?

또다른 재밌는 걸 고른답시고 고른 게 좀비물입니까?

저한테 괜찮냐고 물어도...

이런 양자택일 힘듭니다...

 

그러고보니 마마께서 말씀하시길...

애인이 가끔 예상외의 언동으로 곤란하게 할 때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리드 할 수 있어야 좋은 여자다-라고 말씀하신 게 떠오릅니다.

그럼 좋은 여자(예정)인 제가 취해야 할 선택은...

 

「아야...아파...」

「왜 그래?」

「실은 어젯밤부터 눈이 아파서...안구건조증인가...?」

「에? 진짜? 눈이 아프면 영화같은거 조금 그렇겠네?」

「그러네요...죄송해요...」

「그럼 어디로 갈까?」

 

선배의 말에 얼른 대안을 제시한답시고 생각해 낸 선택은...

 

「몇 시간 할까? 두 시간?」

「네...좋아요...」

 

아....저의 선택...

어째서 첫데이트가 노래방일까요...

전 좋은 여자가 못 되나 봅니다...으앙!

그러나 엎친데 덮친격으로...

 

「후지와라 선배~」

 

이럴수가...

배구부 부원들을 노래방 입구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저랑 동갑인 부원들은 시합 응원용 도구를 사러 나왔다가 온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절 보고는 의아해하자 선배가 일행이라고 소개해줍니다만,

하필 나같은 거와-라는 느낌으로 외치지 말아줄래?

그리고 은근슬쩍 합석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떼거리로 합석해버렸습니다.

선배를 너무 좋아하는 후배들과,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선배...

선배, 지금 우리 데이트중이거든요?

그래도 선배의 옆자리는 제차지입니다.

 

아아, 즐겁지 않아....

너희들 귓속말로 ‘내가 선배를 따라다닌다거나’ 아니면 ‘약점이라도 잡고 있다거나’ 뒷담화 하는 거 다 들리거든?

아우 열 받아.

 

전 노래방에 잠시 나와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쫓아다니는 거 아니라구!

사귀고 있는거라구!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는거야~~!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외쳐보지만 허무할 뿐.

콤팩트를 꺼내 화장을 고쳐봅니다.

 

그래도 선배는 싫어하는거 같지는 않습니다.

친구들과 놀게되어 행복한걸까...

그렇다면 사람이 많아 즐겁다고 제가 생각을 고쳐먹어야 하는걸까요?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룸에 들어갑니다만...

에...그게...

선배 옆자리인 제 자리는 없어졌군요.

황당하지만 일단 제 자리를 찾아 비집고 들어가려해도

그 지지배들은 저에게 노래책이나 던져주며 낄 틈을 주지 않습니다.

노래를 입력하는 리모컨도 독점하여 저에게 노래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군요.

가장자리 구석에 앉을 수밖에 없는 제 신세...선배는 알까요?

 

모르는 척 선배에게 노래를 권유하는 지지배들...

그리고 시작되는 선배의 노래...

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멋진 선배의 모습에 전 혼자라는 사실이 의식되며 서럽게 느껴집니다.

 

「에?」

「미우도 노래 입력해.」

 

노래가 끝나자 본래 자리가 아닌 바로 제 옆에 앉는 선배.

자상한 표정으로 리모컨을 저에게 건넵니다.

허나 이것저것 저를 신경써주는 선배 주위로 질투심의 불길이 치솟습니다.

 

「저기-니시에 양과 선배는 친척인가요?」

「응? 아닌데?」

「에-그게...」

 

맘에 안 드는 그 지지배들이 머뭇거립니다.

무슨 말을 꺼내고 싶어서?

 

「뭔가-두사람 사귀고 있다는 소문있달까...」

 

!!

이건 뭘까요.

전 순간 굳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헛소문! 죄송해요 아하하...」

「싫다 그런거-」

 

지들이 말 꺼내놓고 지들끼리 부정하는 이 사태는 뭔가요.

그나저나 나 때문에 선배가...

 

「맞아. 사귀고 있어. 우리들.」

 

이어지는 담담한 선배의 대답.

끼야아악! 이라는 배경음과 함께 저 역시 놀람으로 가슴이 심하게 방망이질 합니다.

확 붉어진 얼굴, 선배에게 들킨 건 아니겠죠?

.

.

[돌아가는 길]

 

「저기...제가 말하는것도 뭣하지만 괜찮으세요? 그런 말...」

 

선배...

‘진짜’로 사귀는 거 아닌데....

하지만 혹시...

‘진짜’로 될까나...

 

「뭐, 괜찮지 않을까. 랄까, 미우는 나 좋아하는 거 아니잖아. 그렇다면 괜찮겠지.」

 

네?

 

「그게 어떤...」

「아아, 가끔 진심으로 그런 말 하는 아이가 있어서. 뭐 여고니까.

별로 그런 이야기 들어도 솔직히...그런거 어찌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는걸.

거절할 구실이 되니까 나도 도움이 된달까.」

 

과연 이해의 일치.

그런거군요 선배.

뭐 괜찮지 않을까요...? 별로 아무것도 저로서는 잃을게 없으니까요.

그래도...

그날 밤은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의 일들이 빙빙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으니까.

귀엽다고 말해준 것-

옆에 앉아준 것-

그리고-

‘좋아하는 거 아니잖아’

 

[다음날 학교]

 

잠부족으로 얼굴이 엉망입니다.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등 뒤로 카오리 양이 다가옵니다.

절 보면 피하던 카오리 양....무슨 일일까요.

잠깐 학교 뒤편으로 시간을 내달라고 합니다.

 

「미우...진짜 후지와라 선배와 사귀는거야?」

「에...?! 어..뭐 일단....」

 

휴...말해도 괜찮은걸까요?

 

「너 선배에게 그렇게 흥미있어 보이지 않던데 어째서....?」

 

갑작스러운 카오리 양의 말에 전 당황하며 말끝을 흐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이야기하지 못 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수밖에요.

하지만 카오리 양의 표정은 심각해보입니다.

 

「나...진심으로 후지와라 선배 좋아해.

선배 미인이고 애인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와 사귀다니...그럴수가...

미우...진심이 아니라면 후지와라 선배와 헤어져 줄래...?」

 

울먹이며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카오리 양을 보며 전 깨달았습니다.

진심으로 좋아한다든가- 하는 거 모른다고.

왕자님은 멋지지만 역시 여자.

거짓말쟁이인 난 실은 공주님이 아니니까.

 

 

...

(해석을 못하나 끝에 이해가 잘...)

주인공아, 그냥 친구에게 양보하렴.

동경은 동경으로 끝내길.

작가님하....이기이기 모하는겁니까. 달달한 반전이라도 있을 줄 알았더니...

걸프렌드 작가님 이러는거 아닙니다. 달달물 전문이시면서...ㅠ

 



profile
올뺌 2013.11.05 01:03:05

달달..달달하군요..

profile
zizzy 2019.04.10 21:36:45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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